내용요약 사퇴 여부 질문에 애매한 대답…AFC 집행 위원 동아시아 선거구 단독 입후보
정 회장 입후보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임원 예외 심의 노렸을 가능성 높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내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확답을 피한 정몽규 회장. 그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내년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정 회장은 “축구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지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정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말끝을 흐렸다. 모든 책임을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정 회장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대표팀을 운영하는 수장으로서 대표팀을 향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과드린다"며 질문과 거리가 먼 답변을 내놨다.

이어 내년 1월에 있을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4선에 도전할지 묻자 "2018년도 대한축구협회 총회 당시 3연임으로 제한하는 정관을 바꾼 적이 있으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이걸로 답을 갈음하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정 회장이 스스로 3선 제한을 제안했으니 4선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4선 도전에 이상이 없으므로 내년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정 회장의 차기 선거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있다. 오는 5월 태국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는 중앙아시아 지역 여성 후보와 동아시아 지역 후보를 각각 선출한다. 두 선거구 모두 단독 입후보 상태로 선거를 치른다. 정 회장은 동아시아 지역 선거구 단독 입후보자다.

정 회장은 이전부터 국제축구단체 임원이 되려고 많은 움직임을 벌였다. 이번 AFC 집행위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집행위원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가 집행위원이 되면 4선 도전의 길이 열린다.

대한축구협회 정관에는 3선 이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원 예외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에게 따르면 예외 조항인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원으로 당선돼 2년 가까이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FIFA 평의원 낙선과 더불어 AFC 부회장직에서도 내려왔다. 2023년 선거에서도 5명을 뽑는 선거에서 7명 중 6위에 그쳐 낙선했다.

축구 외교력의 한계를 가진 정 회장이 국제 스포츠 임원의 자격을 얻기 위해선 단독 입후보한 AFC 집행 위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뿐이다.

정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관해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4선 도전의 가능성은 더욱더 커지는 분위기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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