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위약금에도 분위기는 경질 쪽 우세
선수단 관리 못 한 클린스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총책임자인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장부터 핵심 관리자인 위르겐 클린스만(60) 축구 대표팀 감독까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 부진의 총책임자는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최종 재가한 인물이다. 마이클 뮐러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깊숙이 관여했더라도 협회 결재 라인상 최종 결정권자는 정 회장이다.

◆위약금에도 분위기는 경질 쪽 우세

클린스만 감독 선임 시 계약했던 연봉은 약 2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독이 자진 사퇴할 경우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지만, 경질할 경우 축구협회는 70억 원 안팎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새 감독 선임까지는 1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지출되는데 이는 축구협회 올해 예산의 5% 안팎에 이르는 거액이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주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축구협회 내부 분위기는 이미 경질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언이 나온다. 13일 축구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 임원회의에 김정배 상근부회장, 장외룡, 이석재, 최영일 부회장,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가연 축구협회 홍보실장이 “회의는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를 시작으로 대회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15일 전력강회위원회가 개최될 것이고 최종적인 결정 사항은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실제 회의 분위기는 더 무거웠다는 게 축구계 전언이다.

정례 주간회의 성격이었다지만 정 회장의 불참은 꽤 아쉬운 대목이다. 대회에서 크게 부진했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태가 발생하고 책임을 논하는 공식 석상에 불참하는 건 수장으로서 해야할 태도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선 '직무유기'다. 정 회장은 적어도 회의에 참석해 축구계의 엄숙한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해야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KFA 제공

◆선수단 관리 못 한 클린스만

총책임자는 물론 그라운드 일선에 선 관리자 클린스만 감독의 무책임한 태도도 한국 축구를 퇴보시켰다. 스포츠에서 선수단을 직접 지휘하는 감독의 역할은 남다르다. 감독의 지도 역량에 따라 팀은 ‘원팀’이 될 수도 있고 와해할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당초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적임자라고 판단된 배경 중 하나는 높은 이름값에 따른 선수단 장악력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뮐러 위원장에 의하면 처음 감독 후보는 61명이었다. 이후 23명까지 추리고 이를 또 5명, 2명으로 좁힌 끝에 선임한 게 클린스만 감독이다. 뮐러 위원장은 "대표팀에는 경험이 많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현 대표팀에는) 리더의 강함이 필요하다. 팀을 지도하고 스타를 지휘할 능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축구 선수로선 ‘전설’이었지만 감독으로선 이름값은 높지 않았고 전술마저 부재하며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에서도 정상급으로 통하는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흥민, 이강인 등 핵심 선수들의 다툼이 있었다는 외신 보도는 클린스만 감독의 형편없는 리더십을 방증한다. 중요한 일전이었던 준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단은 이미 조직력이 와해한 것이다. 결국 대표팀은 준결승전에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 요르단에 0-2 참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한국 축구는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 회장은 15일 열릴 전력강화위원회 이후 직접 브리핑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한국 축구의 전면 쇄신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책임 회피만 하는 회장은 더 이상 회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정 회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도 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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