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녀 "무관심하더니 이제와서 회사 이용" VS 형제 "사익편취 아냐…그룹 명예 지켜야“
(왼쪽부터) OCI, 한미그룹 전경. /각 사 제공
(왼쪽부터) OCI, 한미그룹 전경. /각 사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한미그룹과 OCI그룹간의 통합으로 불거진 경영권 분쟁 강도가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모녀(송영숙, 임주현)와 이를 반대하는 형제(임종윤, 임종훈)가 서로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어머니 송영숙 회장은 모녀 주도의 통합을 두 아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장남 임종윤 사장은 비슷한 지분율을 보유한 남동생 임종훈 사장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통합을 저지하기 위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감행했습니다.

이후 두 형제는 자신과 본인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총 6명이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주주제안권을 한미사이언스 상대로 행사했습니다. OCI와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해 통합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두 형제는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로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모녀 주도의 한미그룹은 두 형제가 스스로를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한다'며 공개 비난했습니다. 지난 십수년간 거의 출근하지 않고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입장입니다.

한미약품 측은 "장남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본인의 다중 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룹을 본인의 개인 기업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를 드러냈다"며 "두 형제 측 가처분 소송 보조참가자로 등록된 케일럼엠의 최대주주가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임종윤 사장은 개인 목적을 위해 한미그룹을 이용한다는 표현은 심각한 정보 왜곡이며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며 격분했습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역시 한미그룹을 사익 편취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난도 덧붙였습니다.

임종윤 사장 측은 "가현문화재단(한미그룹 공익문화재단)이 채무 과다로 가족 공동 소유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면도 송 회장의 무리한 사진박물관 건축을 통해 누적된 부채가 주된 원인"이라며 "이는 엄연히 사익 편취 증거에 해당된다"고 역설했습니다.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 여부가 이번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의 쌍방 비난 강도가 거세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두 형제의 주주제안에 따라 6명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면 결국 표 대결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양측은 당분간 서로에 대한 날 선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두 형제 측 우호지분은 28.4%입니다. 모녀 측 지분은 특수관계인 포함 27.7%로 조금 적지만 한미그룹의 공익재단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을 합칠 경우 형제 측 지분을 앞서게 됩니다. 하지만 두 형제는 이들 재단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표 대결 결과를 낙점하기 이릅니다.

양측의 갈등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곧 만기일을 앞둔 5400억원 규모의 임성기 회장 지분 상속세가 어떻게 해결될지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OCI그룹 역시 이러한 분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만큼 오는 3월 주총의 결과가 기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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