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해 전기차 보조금 중·대형 650만원, 소형 550만원...전년보다 30만원 줄어
정만기 “中전기차에 장악 우려...국산차에 유리한 시장여건 마련돼야”
지난 20일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지난 20일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동력화는 계속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강승범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수석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의 전기동력화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며,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속도 차이는 날 수 있으나 전기동력화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22일 화상회의 줌(ZOOM)과 유튜브(Youtube) 생중계를 통해 개최한 ‘제47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강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위축되고 있지만, 지난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전기동력차 시장은 실적 예상 대비 선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31.1% 성장했다. 전체 자동차시장 성장률인 10.1%에 비해 높은 수치이지만, 지난 몇 년간 68~123% 성장세에 비하면 급속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2019~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현황 / 제47회 산업발전포럼의 '전기차 시장 진단 및 대응전략' 발표자료 중 발췌
2019~2023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현황 / 제47회 산업발전포럼의 '전기차 시장 진단 및 대응전략' 발표자료 중 발췌

강 수석연구원은 글로벌시장 성장세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066만대 중 중국은 667만7000대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국내는 16만7000대를 판매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유럽연합(EU)와 중국은 보합세를 보인 반면, 국내는 전년보다 4.3%가 감소하는 등 역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 위축요인을 전기차가 작년부터 얼리어댑터(Early Adapter)에서 대중화 단계로 진입해 증가세가 감소했고, 판매량 증가에 따른 각국의 구매보조금 폐지, 삭감 추세 등으로 진단했다.

국내도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환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으로 중·대형은 650만원, 소형은 55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30만원이 줄어든 금액으로, 국비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도 57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졌다.

강 수석연구원은 “최근 시장 위축에도 전기동력화는 강화될 전망”이라며 “전 세계적인 보조금 축소와 가격경쟁력 약화는 규모의 경제, 저가 배터리 채용, 기술 축적 등으로 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파리협약 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 폐지’ 대선 공약에 대해 “미국 정가와 업계에서는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전기동력화 추세의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IRA 법안 발효 후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은 2021년 말 4.3%에서 2022년 6.9%, 2023년 9.0%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동력차 판매는 2022년보다 49% 성장한 111.8만대를 판매하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강승범 수석연구원은 “유럽, 중국, 미국 등의 상황을 봤을 때 국내는 산업기반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생태계를 유지하며 질서있게 전기동력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동력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기동력화 산업경쟁력 강화 적극 지원 △배터리 경쟁력 지원 강화 △충전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책 △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대 △전기차 사회적 편익 확대 등을 제언했다.

화상회의 줌(ZOOM)을 통해 개최된 '제47회 산업발전포럼' 중 토론화면 캡처화면
화상회의 줌(ZOOM)을 통해 개최된 '제47회 산업발전포럼' 중 토론화면 캡처화면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도 “기업들이 전동화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시장 위축이 고착화될 경우 국내 전기차 산업생태계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기차 수요 위축현황을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정부는 최소한 선진국과 동등한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로 전기동력화 경쟁력을 보강해야 한다”며 “국내 제조 전기동력차를 대상으로 구매보조금을 만들어 시장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국산차에 유리한 시장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승용차 시장까지 중국산에 장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 화면에 충전완료 화면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20일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 화면에 충전완료 화면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국내 충전기 보급은 우수, 설치위치가 비효율적...공공시설 23%, 고속도로 5%

국내 전기차 시장 문제점 중 전기차 충전시설 보급률은 우수하나, 설치 위치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충전기는 1기당 전기차 10대인 반면, 국내는 1기당 전기차 2대로 우수한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러나 충전소의 위치가 비효율적으로 설치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1월 기준 충전기의 보급은 28만6000대로, 보급률은 높은 편이다. 이중 급속충전기의 비율은 12%(3만2000대), 완속충전기는 88%(25만3000대)를 차지한다.

지난해 5월 환경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급속충전기는 공공시설에 23%, 주차장에 18%, 상업시설 14%, 공동주택 13%, 고속도로 5%가 설치됐다. 이로 인해 급속충전 수요가 높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는 충전기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함께 충전시설의 잦은 고장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 수석연구원은 “충전기가 고장나 방치된 경우가 많고, 충전기와의 결제 시 통신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충전에 대한 고객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협회장도 “전기차 충전기는 부족하지 않지만, 관리 이슈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단 설치하고 보다 보니 제대로 된 설치도 이뤄지지 않아 비효율적인 설치가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자동차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안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적극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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