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스경제=김성진 기자] 발전하고 혁신할 능력이 없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마음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놓고도 반성이 없다. 여기에 존중마저 실종했다.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보면, 문제점을 되짚고 보완할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들의 입맛과 편의에 맞는 일 처리를 할 뿐이다.

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3월 21일과 26일에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감독 선임을 해야 태국과의 2연전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축구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새로 선임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과 발을 맞출 전력강화위원을 새롭게 구성했고 감독 선임 논의에 들어갔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감독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이어 이사회가 전력강화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최종적으로 감독 선임을 결정한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현재 K리그 팀을 맡고 있는 현직 감독도 후보에 넣겠다는 생각이다. 현직 감독도 당연히 후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프로팀끼리도 계약 기간이 남은 지도자가 다른 팀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K리그가 오는 3월 1일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는데도 대상자가 현직 감독이면 선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울산 HD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협회가 내세우는 근거는 축구협회의 국가대표축구단 운영 규정이다. 실질적으로는 독소조항이나 다름없다. 제12조 (감독, 코치 등의 선임) 2항에 “협회는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특별한 사유라는 모호한 문구는 축구협회가 인정하지 않으면 선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근간이다. K리그가 잘 운영되어야 축구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와 선수가 배출된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자신들의 상황이 급하다고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에서 감독 후보를 찾고 있다. 이는 축구협회가 K리그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다.

축구협회가 K리그 감독을 차출한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박성화 감독은 2007년 7월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에 취임한 지 2주 만에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2012년 말에는 전북 현대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최강희 감독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두 지도자 모두 사실상 강권에 의해 감독 취임했다.

축구협회는 10여 년 전에 이미 K리그를 무시하는 행정으로 비난을 받았다. 과거에 크나큰 잘못을 했는데도 또 반복하려 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어떠한 계획, 미래를 위한 비전도 없이 하루빨리 감독 선임을 해 현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생각뿐이다.

무능함에 반성과 존중도 없는 축구협회는 공감 능력까지 실종한 막장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

김성진 스포츠부 부장
김성진 스포츠부 부장

 

김성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