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올림픽 대표팀, 파리 올림픽 출전 위해 예선 겸하는 4월 열리는 U-23 아시안컵에서 최소 4위 안에 들어야
정해성 위원장의 책임, 면피에 불과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A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황선홍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위기에 빠진 축구 대표팀을 구원할 소방수로 황선홍(56)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황 감독은 3월 21과 26일로 예정된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지휘한다.

문제는 황 감독이 두 경기를 이끌 A대표팀이 아니다. 황 감독의 ‘본업’인 올림픽 대표팀에 불똥이 튀었다. 자칫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루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올림픽 대표팀은 3월 18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서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한다. 이후 4월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는 2024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 나선다.

황 감독과 올림픽 대표팀에 서아시아 선수권 대회가 중요하다. U-23 아시안컵을 치르기 전 최종 옥석 가르기와 담금질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대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U-23 아시안컵 개최지 카타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우디에서 현지 적응할 할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서아시아 선수권 대회는 황 감독이 참여하지 못한다. 임시로 맡은 A대표팀의 소집 기간과 겹친다.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올림픽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를 이뤘다. 상위 2팀이 올라갈 수 있는 8강 진출도 자신하지 못한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4위는 아프리카 국가와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한다. U-23 아시안컵에서 최소 4위 안에 들어야 파리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정작 당사자인 황 감독은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태국과 월드컵 예선에 나선다. 올림픽 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축구협회는 황 감독에게 겸임을 맡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선수들 스스로 하는 ‘해줘 축구’로 비판받았다면, 축구협회는 황 감독에게 ‘감독 해줘’라며 떠밀듯이 맡긴 셈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오롯이 황 감독에게 향한다. 

정해성(66)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황 감독 선임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실패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묻는다면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책임질 권리는 없다. 축구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의 선임) 제1항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

절차를 무시한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지겠다는 책임은 자진 사퇴뿐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당시 전 위원장 마이클 뮐러의 사례에서 보았듯, 전력강화위는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단번에 물갈이될 수 있다. 정 위원장이 머뭇거리며 답한 책임은 그저 면피용에 불과하다.

류정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