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충남아산, 지난 9일 홈 경기에서 '붉은 유니폼 착용'으로 논란
김태흠 충남도지사 "팀 유니폼 색상, 전혀 몰랐다"
10년전 경남은 도지사 한 마디에 팀 해체될 뻔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한 충남 아산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한 충남 아산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2 충남아산이 선거철을 맞아 ‘간접 유세’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산은 지난 9일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2 부천FC전에서 기존의 푸른색 홈 유니폼 대신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방문해 시축과 격려사를 했다.

문제는 유니폼 색상이었다. 아산은 창단 후 단 한 차례도 붉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었다. 아산의 상징색은 엠블럼에 포함된 파란색과 노란색이다. 심지어 2021년에는 구단 캐치프레이즈로 ‘파랑주의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전부터 ‘정치권’이 팀 정체성을 흔들었다. 지난 9일 경기에서 아산 구단은 응원단에 붉은색 응원 도구와 깃발을 흔들도록 유도했다. 이에 팬들은 반발했다. 아산 응원단 아르마다는 김 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즉석에서 제작, 전반전 내내 걸었다. 이에 김 지사는 발끈했다. 김 지사는 “잘 알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불쾌했다. 현수막을 떼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후 “경기 당일 아산의 유니폼이 붉은색인지, 푸른색인지, 노란색인지 알지도 못했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준일 아산 대표는 “절대 정치적인 사안과 연결돼 진행한 일이 아니다"라며 “선수들의 각오를 다지고 좋은 성적을 내 국가대표가 되라는 취지에서 국가대표 상징인 붉은 유니폼을 준비했는데 이렇게 문제가 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김 지사와 이 대표의 해명에도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아산이 착용한 붉은색은 김 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의 상징색이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아산 구단에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색깔을 이용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에 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시·도민구단은 태생적으로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단 예산의 상당 부분을 세금이 투입되고, 시민 구단과 도민 구단은 축구계 사정에 어두운 시장과 도지사가 구단주를 당연직으로 맡기 때문이다.

정치권 흔들기에 당한 구단은 아산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경상남도 도지사로 재임하던 2014년 말, 그는 K리그1 경남FC의 해체를 주장했다. K리그2로 강등 시 스폰서 지원이 끊겨 구단 존속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K리그2로 강등이 확정되자 홍 당시 지사는 특별 감사 결과에 따라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언했다. 다행히 해체는 막았지만, 도지사의 한 마디가 팀의 존속 여부가 결정할 수 있었다.

정확히 10년 뒤 정치권에 흔들리는 시·도민구단이 또다시 나왔다. 시·도민구단이 정치권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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