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MF 때 80조원이었던 부동산 PF, 올해 1.5배에 달하는 134조원 수준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전국에 미분양된 아파트 물량이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젠 지방을 넘어 지방광역시와 경기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지방에서 주로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수도권 지역까지 새로운 미분양 뇌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로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로 인해 치솟은 분양가를 꼽고 있다. 

문제는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경우, 가뜩이나 부동산 PF 문제로 인한 우려 때문에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 입장에선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 3755가구로, 지난해 12월의 6만 2489가구에 비해 2.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1363가구로, 7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은 건설사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에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에 나서는 지방건설사의 경우, 지어놓은 악성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할인 분양과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최근 여주시의 자유CC을 비롯해 트리니티클럽, 하남·고양·안성 스타필드의 아쿠아필드·조경사업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 1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또한 롯데건설은 지난달 2조 3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이에 총선이 끝난 뒤 건설사들이 줄지어 도산할 것이라는 ‘4월 위기설’도 번지고 있다. 이는 IMF 당시 80조원이었던 부동산 PF가 지금은 약 1.5배에 달하는 134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건설사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건설사는 종합건설사가 79곳, 전문건설사 606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5곳의 지방 소재 건설사가 부도가 나기도 했다.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사 위기는 사실 고금리와 경기침체보다 높은 분양가가 주 원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평당) 평균 분양가는 3494만원으로 2022년 말에 비해 17.37%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과 경기의 3.3㎡당 분양가 차이는 2023년 말 기준 1335만 51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22년 말에 비해 평당 75만원 정도가 오른 것이다. 

이처럼 분양가가 상승하다보니 고금리와 경기침체 상황에서 선뜻 분양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 증가에 속타는 건설사들을 위해 정부는 양질의 부동산 파이낸싱(PF) 현장을 지원하는 등,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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