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따뜻한 겨울 후폭풍...사과, 전년 동기比 71% 상승
올봄 사과꽃 개화도 빨라..."최대 10일 이상"
韓 벚꽃 개화, 평년比 최대 8일 빨라...美·日도 이른 벚꽃 구경
국내 한 대형마트의 사과 판매 코너. / 연합뉴스. 
국내 한 대형마트의 사과 판매 코너.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사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폭등했고, 4월 초에 볼 수 있던 벚꽃은 3월부터 볼 수 있게 됐다. 

◆ 이상기후에 '金값'된 사과..."올해도 지속 전망"

"요즘 사과 들여오기가 무섭다. 가격 보고 놀라 돌아서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 농수산물 관계자의 푸념처럼 사과는 '금사과'가 됐다. 한 개 값만 만원에 달한다. 찾는 소비자는 여전하나 이상기후 탓에 생산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사과 10개의 소비자 가격은 평균 2만9063원이다. 전주 대비 3.1%p 떨어졌지만, 평년 동기(2만2851원)보다는 27.2%나 올랐다. 

농산물 물가 역시 출렁거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월 농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20.9%p 오르면서, 2011년 1월(24.0%) 이후 13년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중 사과가 71% 오르면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귤(78.1%), 토마토(56.3%) 등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가격 상승은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해 과일나무 개화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봄 과일나무 개화 시기는 평년보다 최대 10일 이상 빨라질 전망이다. 사과꽃(후지 기준) 개화 시기는 경남 거창이 가장 빠른 4월 9일로, 평년보다 최대 11일 빠를 전망이다. 

과거 4월말에서 5월초였던 개화시기보다 2주가량 빨라진 모습이다. 꽃피는 시기가 빠를수록 저온에 쉽게 노출돼 피해를 보기 쉬워진다. 사과는 지난해 냉해와 탄저병 등으로 생산량이 2022년 대비 30%나 감소했다. 

탄저병은 과일에 검은 점이 생기면서 점차 썩는 병이다.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리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한반도의 여름철 강우기가 길어지는 추세로, 탄저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섰다. 먼저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 중심으로 특단 조치를 즉각 실행하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인 1500억원이 즉시 투입된다. 이는 물가안정 전까지 지속 지원될 계획이다. 필요시 지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또 각 지자체들 역시 관련 기관과 대형마트 등과 손잡고 저렴하게 공급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서울기상관측소에 핀 벚꽃. / 기상청 제공.
지난해 서울기상관측소에 핀 벚꽃. / 기상청 제공.

◆ 韓도 美도 일찍 피는 '벚꽃'...따뜻한 겨울탓 

우리나라에서 4월 벚꽃은 이제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 지면서 올해는 이르면 21일부터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평년보다 3~6일 빠른 개화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벚꽃 개화는 21일 제주를 시작으로, 남부 지방은 3월 25~29일, 중부 지방은 3월 30일~4월 5일로 예측했다. 

서울은 4월 2일로, 평년(4월 8일)보다 6일 빠르다. 지난해(3월 25일)보다는 8일가량 빨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가장 빠른 개화는 2021년(3월24일)이다. 지난해 역시 두번째 빠른 기록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도 평년보다 빠른 봄꽃들의 개화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동부는 2월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에서도 2월부터 활짝 핀 벚꽃을 볼 수 있었다. 3월 말 멕시코를 보라색으로 뒤덮는 자카란다 나무는 지난 1월부터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른 개화 시기도 지구 기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2월 평균 기온이 9개월 연속 연중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며,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한 2월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한반도 기온 역시 높았다. 지난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1도로, 1973년 이후 2월 최고치였다.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대기 과학자 제인 볼드윈(Jane Baldwin)은 "열은 소리없는 잠재적 살인마"라고 평가했다. 폭염과 따뜻했던 겨울 등 기후변화에 따른 기이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 우려했다. 

 

정라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