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EA, 기후위험 요소 평가 결과 발표…요소 과반이 이미 심각 수준 도달
유럽서 홍수로만 1조유로 손실...위험 지역은 남부·저지대 해안
유럽환경청이 유럽이 기후위기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신속한 조치 없이는 재앙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환경청이 유럽이 기후위기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신속한 조치 없이는 재앙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이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에 준비돼 있지 않다며, 긴급하고 단호한 조치 없이는 재앙적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으로 수십만명이 죽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환경청(EEA)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럽은 빠르게 증가하는 기후 위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Europe is not prepared for rapidly growing climate risks)'는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대륙은 유럽이라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생태계 △식품 △건강 △인프라 △경제 및 금융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36개 하위 항목을 통해 기후 위험을 면밀하게 살폈다.  

EEA는 확인된 주요 기후 위험 중 절반 이상이 현재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주요 기후 위험에는 △생태계 △에너지 △식량 안보 △자연재해에 따른 인간 보호 △사회기반시설 보호 △생존 가능성 확보 등이 포함됐다. 각 분야에서 위험 단계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EEA의 진단이다. 

그중 산불로 인해 위험해 처하는 사람과 건물, 자연을 보호하고 농작물을 안전하게 재배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여기에 금융 부문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위기상황분석)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도 위험의 한 요인이다. 그 위험은 연속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일례로 더운 날씨는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점을 낳는다.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은 죽고 토양까지 단단하게 만들어 홍수 가능성을 높인다. 더운 날씨탓에 건조해진 초목은 산불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러한 여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모두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는 남부 유럽과 저지대 해안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남부 유럽은 산불과 폭염에 따른 농업 용수 부족과 야외 근로자 건강 등이 문제가 될 것이며, 해안 지역의 경우 홍수에 따른 침식과 염수 침입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낙관적인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유럽 내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경우 온난화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전역에 걸쳐 사람들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연합(EU) 연대 기금과 같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EU와 회원국간의 협력, 소규모 지방 도시까지 참여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위험은 유럽 각국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외 대응책으로는 △보험 적용 범위 개선 △도시 계획, 건축 기준 재설계 △야외 근로자를 위한 노동법 개선 △농업 분야의 물 소비 및 수입 사료 의존도 감소 등을 제시했다. 

기후 싱크탱크 E3G 부국장인 케이트 레빅(Kate Levick)은 영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빅 부국장은 "(이번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 위험이 인해 국가 차원의 자산 및 부채 측면에서 대차대조표에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 본질적인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 역할이 재무장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치가 즉각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후 위험은 재앙적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염으로 인해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고, 해안 인근 지역이 홍수로만 연간 1조유로(약 143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1980년부터 2022년까지 날씨 및 기후 관련 극한 현상으로 인해 유럽에서 손해본 6500억유로(약 933조원)를 휠씬 웃돈 수준이다.

EEA 전무이사인 레나 윌레-모노넨(Leena Ylä-Mononen)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유럽은 우리의 사회적 준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긴급한 기후 위험에 직면한 것을 보여준다"며 탄소배출 감축 등 더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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