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롯데그룹이 인사단행 카드를 꺼내들면서 특검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경영조치를 단행한다. 특검의 대기업 수사 등으로 롯데그룹의 대규모 조직개편이 한 달 넘게 지연되면서 롯데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판단하고, 특검 수사 여부와 관계없이 조속히 진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대규모 조직개편은 2월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 한 달 넘게 지연된 롯데 인사…2월 첫째 주 단행

롯데그룹은 최근 몇년 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께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2017년 롯데그룹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대기업 수사 외풍을 맞아 브레이크가 걸렸다.

1월 초까지만 해도 롯데그룹 인사는 설 연휴 전에 단행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되면서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검이 롯데와 SK를 삼성 다음 타자로 지목하면서, 언제 불려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롯데그룹 인사는 4월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 미뤄지는 인사에 롯데 전 계열사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임원 인사가 진행돼야 각 계열사 부서별 인사가 이뤄지는데 올해는 조직개편에 계열사 분할 및 합병까지 거론되는 터라 더 어수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동빈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신 회장은 “특검과 관계없이 임원 인사를 시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조직개편 및 인사 관련 구상은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발표 시기를 지켜보고 있었던 터라 임원 인사는 2월 첫째 주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결단을 내린 데는 계열사 내 뒤숭숭한 분위기도 우려스럽지만, 경영시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미래사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회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미래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다.

메가트렌드에 철저하게 대비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함을 역설한 신 회장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대한 준비를 해 왔다.

롯데는 산업혁명 서비스에 필요한 외부 인력을 영입했다. 쿠팡 등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해 TF팀을 꾸렸지만 인사 지연으로 이 또한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 ‘롯데정책본부 축소’ 4개 사업부문 나눠...경영혁신실 실장에 황각규 유력

2017년 롯데그룹 인사는 예년과는 확연한 차이가 날 것이다. 신 회장이 검찰 조사 이후 새로운 롯데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매킨지의 자문을 받았다. 매킨지 권고안에 따르면 비서실, 운영실, 지원실, 비전전략실, 인사실, 개선실, 커뮤니케이션실(대외협력단) 등 7개실로 구성된 정책본부 조직을 4개팀으로 줄이는 것을 제시했다.

롯데는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정책본부 인력을 40% 줄이는 조직개편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영혁신실은 93개 계열사를 쇼핑과 식품, 화학, 관광 및 서비스 등 4개 사업부문(BU)으로 나누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기능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4개 BU 밑에 기획과 재무, 홍보 등 팀이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본부 임직원 300여 명 중 120여 명 상당이 계열사로 이동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는 현장 중심의 책임 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예정이다.

조직개편 방안은 임원 인사와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혁신실장으로는 황각규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황 실장이 더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장은 신동빈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롯데그룹의 숙원 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개장,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의 굵직한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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