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 위주로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며 돈을 버는 금융기관을 향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은행들이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최근 상반기 실적 발표를 마친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상황에서 이같은 강도 높은 질타를 일부 인정하지만 곱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식의 전당포식 은행영업행태는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같은 시장 시스템 리스크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선 은행들의 영업행태, 부동산 문제, 소득 향상 등이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은행들이 상반기에 많은 수익을 올린 데 대해선 최 위원장은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익의 원천이 온통 가계대출 분야,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했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영업을 보다 다변화해 혁신·중소기업 대출 등 다양한 자금 운용으로 수익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3대 금융지주사와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5조8,786억원으로 무려 6조원에 육박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1조8,891억원, KB금융은 1조8,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각각 2001년과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각각 1조983억원과 1조31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벌어들여 각각 2011년과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A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의 영업까지 당국이 고삐를 잡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보나,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단순히 지표가 개선된 것에만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하다”며 “우선 시중은행장들과 애로사항과 당국의 고민을 먼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은행이 장사를 잘 하면 손쉬운 영업, 장사를 못하면 방만한 경영이라는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에 대해서도 좀 더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매 분기 최대 실적을 내는 것을 이자장사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볼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는 것을 꼭 나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수익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기준금리가 같은 미국의 주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우리보다 더 높은데, 이 말은 곧 대출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비싸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으니 금리장사를 한다는 시선엔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시중은행 모두 상승했다. 은행 자금 운용의 핵심이 대출이고, 조달의 핵심이 예금인만큼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차가 좁아지면 NIM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 1.61%에서 올해 2분기 1.72%로 0.11%P 올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49%에서 1.56%로 0.07%P, 하나은행은 1.48%로 0.10%P, 우리은행은 1.45%로 지난해 말 1.37% 대비 0.08%P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들의 NIM은 3.04% 수준이다.

은행들이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치만 보면 최 위원장의 말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C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은행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은행들이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이 저수익자산인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전당포식 영업만으로 하기엔 시장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