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권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측 인사를 사외이사진에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은행 노조까지 생겼다. 일각에서 친(親) 노동 성향의 정부 출범에 금융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는 금융사들이 원만치 않은 노사관계의 모습을 숨기려고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신사옥에서 열린 신사옥 준공식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가운데)과 직원 대표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이날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행사에 불참했다. 사진=KEB하나은행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노조는 오는 11월 예정된 KB금융그룹 임시주주총회에서 낙하산 후보 금지, 지배구조와 관련한 불합리한 규정 개정,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KB금융 노조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밝힌다.

KB금융 노조는 경영 참여 요구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임원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노조는 앞서 이들이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직접 노조를 찾아 이들의 해임을 알리며 근로여건 및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전 직원 앞으로 사과 메일도 발송했다. 새 정권 하에 노조가 힘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으나, KB 노조의 경우에는 윤 회장의 연임 시기가 겹쳤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20일 임기만료를 앞둔 윤 회장의 입장에선 노조와의 관계 개선이 필수였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초 구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가정의 달 행사비 등의 이름으로 지급돼 온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는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 합병 전 외환은행 노조에 지급되던 것이다. KEB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사측이 옛 외환은행의 임금 중 하나인 5월 가정의 달과 근로자의 날 보로금을 미지급한 금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노조가 꾸준히 요구해오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일 관리자급 200명, 책임자급 200명 등 400명을 승진시키고 237명을 승급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1,000여명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발표한 이후 약 1년 만에 이뤄진 인사다. KEB하나은행은 그동안 구 외환은행과 구 하나은행의 승진·직급체계가 달라 인사를 단행하는데 제약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번 인사가 통상 수준을 상회하는 승진 발령을 포함한 정기 인사 발령을 완료한다는 합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합의와 달리 승진 규모가 작다는 목소리다.

노사는 구 하나은행 출신 직원과 외환은행 출신 직원의 인사·급여에 관한 통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성과보수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을 준비하며 노사 갈등 해소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노조는 지난 달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노사 양측은 ‘진정한 통합은행 실현을 위해 인사·급여 등 통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자’고 합의문도 작성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있었던 신사옥 준공식에 KEB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불참하는 등 노사 양측의 관계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노사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것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5년에 있었던 전산통합과는 달리 인사 및 보수체제의 통합 작업은 굉장히 오래 걸린다”며 “TF 출범 시기를 협의 중인데 체계 구축이 연내 목표인 만큼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양측이 균형을 맞춰간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나치게 노조에 힘이 실린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금융권을 비롯해 사회 분위기가 노동 친화적으로 쏠렸다”며 “노조측이 이때다 싶어 앞다퉈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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