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이변은 없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됨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KB금융그룹을 더 이끌게 됐다. KB지주 출범 이래 수장의 첫 연임 사례라는 의미를 갖지만 앞으로 3년간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KB노조와의 관계 개선, 새로 선임될 국민은행장과의 협업, 수익 다변화 전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리딩뱅크 경쟁에서 확실하게 선두를 달려 KB의 선택이 옳았음도 증명해 보여야 한다. 특히 노조와의 갈등해결이 1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임 결정 후 27일 윤 회장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의 만남이 있었으나 역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국민은행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전날 윤종규 현 회장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윤 회장은 11월 20일 열리는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이 정식 확정된다.

연임이 확정된 만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얼룩진 노사관계다. KB금융 노사는 이번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고조로 이른 갈등을 보여줬다. KB금융 계열사 노조협의회(KB금융 노조)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윤 회장의 후보사퇴를 요구해왔고 현재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로 사측을 고발하는 등 갈등이 격화된 상황이다.

KB금융 노조는 27일 오전부터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쟁의를 열고 윤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오전 내내 윤 회장을 못 만나다가 오후 3시쯤 돼서 30~40분 동안 면담을 했다”며 “윤 회장, 이홍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박홍배 위원장,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임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까지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 복원과 관련해 윤 회장이 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 및 시중은행장과 논의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는 것이 회담의 결론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노조 측에서 ‘윤 회장의 연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냐고 묻자 “집회를 하는 것 자체가 연임에 대한 반대”라고 선을 그었다. KB금융 노조는 조만간 다시 윤 회장의 연임 반대 쟁의를 열 방침이다.

확실한 리딩뱅크에 올라서는 것도 윤 회장의 숙제다. KB금융은 최근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며 신한금융그룹을 제쳤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부족하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4∼6월)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981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올해 들어 주가까지 신한금융을 역전했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강화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점도 KB금융의 앞으로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현재 겸임 체제인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분리하는 작업의 추진으로 은행장과의 관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윤 회장이 처음 취임할 당시는 경영권 안정이 중요한 과제였으나 현재는 지주사 규모도 커졌고 경쟁력도 키워나가는 때라 겸임 체제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차기 국민은행장 선정 작업은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으로는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이동철 KB금융 전략총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김 사장과 양 대표는 앞서 윤종규 회장과 함께 KB금융 회장 후보군에 꼽혔으나 고사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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