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반대를 외치던 KB금융 노조가 새 국면 전환 카드로 사외이사 추천권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노조가 사외이사의 인사까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원하는 인사를 사외이사에 앉히는 것이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대립되는 양상이다.

친(親) 노동 성향의 정부 출범으로 아직 공공기관에도 도입되지 않은 노동자추천이사제가 민간기업에 요구되고 있는 모습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은 돼 있지만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홍배(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 등 KB노조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주주제안을 이사회 사무국에 제출하기에 앞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조)는 이날 ‘낙하산 인사’ 선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정식 제출했다. 이를 포함해 KB노조가 제출한 이번 주주제안서의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최근 5년 이내에 정부 등에서 1년 이상 종사한 인물을 3년간 상임이사 후보에서 제하는 것과 대표이사(회장)를 선임하는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에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화두가 되는 부분은 ‘사외이사 추천권’이다. KB노조는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지부 노조위원장은 “(주주들이) 얼마나 우호적으로 생각할지 주주 미팅을 해봐야 안다”면서도 “과거에도 연금같은 기관에서 저희에게 위임을 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친 노조 성향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사례가 금융권에서 있었는지 묻자 박 위원장은 “하승수 변호사가 KB증권 합병 전 현대증권에서 노조 추천에 의해 사외이사를 역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데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이사회는 공정하게 경영진과 결탁되지 않도록 경영 감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들의 권한을 많이 빼고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사측은 일단 말을 아꼈다. KB노조측의 주주제안은 상법상 정해진 것이고 법률상 제약 요건인 민원이나 청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입장이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는 것도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오는 26일 3차 회의를 열고 곧이어 4차 확대위와 이사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KB금융 노조를 비롯해 강성해진 노조의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비단 KB노조뿐 아니라 노조가 노조로서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에 더해 경영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결국은 노조의 이익을 원하는 것인데 이를 기회로 해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가 사외이사 인사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그렇다”고 잘라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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