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비트코인·무기명 외화선불카드 등 새로운 금융수단을 악용한 외화밀반출이 자행되는 데도 관계 규정이 없어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화 규제가 아무리 촘촘해도 핀테크 산업의 확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구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허인혜 기자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무기명식 외화선불카드가 과제 규정을 빗겨나가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외화반출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외화 선불카드는 현금보다 휴대가 손쉽고, 현지 대금결제와 현금인출도 가능하다”며 “특히 무기명 카드의 경우 사용액을 특정인의 사용액으로 집계할 수도 없어 외국환거래관계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그라진 선불카드 시장에서 유독 외환선불카드의 인기만 올라가는 것도 자유로운 외화반출 때문이다.

1994년 처음 생산된 선불카드는 편리성에 힘입어 2010년 상반기에는 약 9,000억원 가량이 발급되는 등 활발하게 사용되다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선불카드 사용액은 1656억5,800만원으로 2010년 상반기(8,675억900만원)와 비교 시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상반기 선불카드 사용액이 2,000억원보다 적은 것은 2007년의 1,521억1,900만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2015년 신한은행에서 처음 발급한 외화선불카드는 첫해 5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듬해 약 28배나 늘어난 1634만 달러어치를 발급했다. 누적 발급액 3949만 달러 중 이미 3095만 달러가 사용됐으며, 상당 액이 해외에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외화선불카드로 외화밀반입이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김 의원은 "관세청이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약 2만 건을 신고 받고, 7300여건을 적발했지만 이 중 상품권과 선불카드는 전무했다"며 "외화선불카드로 자유로운 외화반출이 가능해진 만큼 감독 당국들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외국환거래법과 관세 관련 법 규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은 해외여행 등 출국시 미화 1만불을 초과한 현금, 상품권, 선불카드 등을 반출할 경우 관세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외화밀반출은 출국자의 몸에 거액의 현금을 숨기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핀테크 확대에 따라 방법도 변화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활용한 외화반출도 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초 중국의 9개 비트코인거래소 관계자들을 모아 비트코인이 돈세탁이나 불법송금에 사용돼지 않도록 했다. 덩젠펑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거래는 외환관리제도를 피해가기 쉽고, 거래소에서 고객확인에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돈세탁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화폐나 통화,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단속 규정도 없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세우려면 새 금융수단을 인정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해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핀테크 발전 속도를 관리·감독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인정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외화선불카드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며 "관계기간과 협의해서 적절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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