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 업계가 한국지엠 철수설로 뒤숭숭한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 3자가 각각 분명한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에 유상증자를 요청했다. 누적적자가 2조원을 훌쩍 넘어서 경영이 어려운 만큼,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부담을 나눠달라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에 지원금을 요구한 셈이다.

더 뉴 트랙스. 글로벌 GM의 볼륨모델로 한국지엠이 개발·생산을 주도했다. 한국지엠 제공

정부는 한국지엠이 경영 실태를 공개하고 의미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면 지원해주겠다는 입장이다. 15만명을 넘는 대규모 실업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만큼, 지원을 하되 한국지엠의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겠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의 정상화를 위해서 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 지원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경영 상황은 이미 나빠질 데로 나빠진 탓에, 혈세를 쏟아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국지엠이 실질적인 경영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지원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생산할 신차를 들여오거나, R&D 역할을 할당하는 등 구체적인 자구안이 필요하다.  특히 신차는 내수 시장뿐 아니라 수출을 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 차종이어야 한다.

노동조합도 대승적인 양보가 필요할 때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노동 생산성이 특히 낮은 수준인데다가, 노조의 강경한 태도는 회사가 합리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보령공장. 한국지엠 제공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한국지엠은 R&D 비용 대비 신차 출시가 늦는 등 실패를 자초한 경향이 크다”며 “구체적인 판매 촉진 방안이나 실제 판매로 이어져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신차 계획을 우선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지엠이 철수를 논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비용과 낮은 생산성 때문이다"며 "강성노조는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합리적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에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지엠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세를 등에 지고 기획적으로 원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원칙을 수립하고 그에 걸맞는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비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태의 본질이 강성노조인 만큼, 돈으로 막으려고 한다면 앞으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GM은 빼먹고 빠지는 행태를 이어왔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지엠이 스파크와 트랙스 등 글로벌 주력 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철수를 하더라도 2~3년은 걸릴 것이다. 정부가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비록 군산공장에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일어났지만, 노조의 잘못된 관행에는 경종을 울릴 수 있었다"며 "정부가 노사관계를 새로 정립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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