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BK기업은행, '극한직업'에 7억원 직접투자+1억원 간접투자
'명량' '국제시장' '신과함께' '완벽한 타인' 등 투자 영화마다 대박
전문투자팀 운영으로 투자의 눈 키워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에 IBK기업은행 역시 웃고 있다. 기업은행은 '극한직업'에 7억9000만원을 직간접적으로 투자했다. /사진=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대한민국에서 시중 은행장직은 '극한직업'일까.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수 만 여명 임직원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관점에 따라 은행장직이 극한직업에 포함된다는 평가도 나올 만하다. '극한직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은행장이 있다.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행장이 그다. 

김 행장은 자신의 막중한 책무에 따른 직업의 극한성을 느끼는 와중에 지난달 23일 개봉된 영화 '극한직업'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띄고 있다는 게 은행안팎의 관측이다.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부문에 지금까지 총 2조8500억원을 투자해 온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그들만의 '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영화는 2019년 첫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기업은행은 단순 산술적으로 영화 투자금액의 최소 7배 이상의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금융 및 영화업계는 평가, 부러워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11일 21만4300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누적 관객 1305만200여명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액은 1130억4739만3932원이다. 역대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명량'(1761만5437명),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1502명), '국제시장'(1426만2922명), '베테랑'(1341만4200명), '아바타'(1333만8863명)에 이어 여섯번째다. '극한직업'은 조만간 '아바타'를 뛰어넘고 '베테랑'의 자리까지 위협할 전망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 중 '명량', '신과함께-죄와 벌', '국제시장', '베테랑'과 '극한직업'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에서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명량', '베테랑', '국제시장' 등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진행됐고 '신과함께' 시리즈와 '극한직업'에는 직접투자가 이뤄졌다. 영화 '말모이'와 '완벽한 타인', '리틀 포레스트' 등도 기업은행이 손을 댄 작품들이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중 기업은행의 투자를 받은 작품은 17편이다. 그중 9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기업은행은 '극한직업'에 직접투자 7억원, 투자조합을 통한 펀드 등 간접투자 9000만원 등 총 7900만원을 투자했다. '극한직업'의 순제작비는 65억원, P&A(Print & Advertisement·필름프린트비용+마케팅비용)를 포함한 총제작비는 95억원 수준이다. 대박 중에도 왕 대박을 친 셈이다. '신과함께' 시리즈에는 20억원을 투자했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누적 매출액은 1156억9865만4137원, '신과함께-인과 연' 누적 매출액은 1026억7388만5909원이다.

'신과함께' 시리즈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배급사 관계자에 따르면 '신과함께' 존재를 웹툰 시절부터 알고 있던 기업은행은 영화 제작 소식이 들리자 초기부터 투자 여부를 적극 검토했다.

'신과함께' 시리즈 역시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이다. /사진=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포스터

그러나 '신과함께'는 ▲1,2편 동시 제작 ▲대규모 CG(컴퓨터그래픽) 작업 등으로 순제작비는 약 350억원,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에 달해 투자가 수월하지 못했다. 버짓(budget·지출 예상 비용)이 크면 당연히 손익분기점도 높아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애초 배급사도 CJ엔터테인먼트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내부에서부터 철저한 분석을 통해 20억원 투자라는 통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신과함께'에 뛰어든 투자사들이 늘어나면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첫 '천만영화', 기업은행은 첫 '직접투자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다.

기업은행 영화 투자는 문화콘텐츠금융팀의 활동에서 시작한다. 문화콘텐츠금융팀은 현재 CIB(Corporate & Investment Banking·기업투자금융)그룹 내 투자금융부 소속이다. 지난해 1월 소속이 변경됐는데 유관된 사업이 가까이 업무를 보며 관련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문화콘텐츠금융팀은 신설 초기에는 영화 배급사, 투자사 출신 외부전문가들을 영입해 소위 '보는 눈'을 키웠다. 현재는 11명이 소속돼 있으며 여신전문가, 신문방송, 미디어 등 문화콘텐츠금융에 적합한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

투자방식은 ▲프로젝트투자 ▲간접투자 ▲지분투자 ▲금융지원으로 나뉜다. 프로젝트투자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 프로젝트 단계부터 직접 투자를 하는 방식이며 간접투자는 투자운용사 및 창투사(창업투자회사)를 통한 투자 형식이다. 지분투자는 콘텐츠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주식연계증권을 인수하는 것, 금융지원은 문화콘텐츠 기업에 융자를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투자와 대출 등의 방식으로 약 2조8500억원(2019년 2월 기준) 이상을 지원했다. 투자 및 지원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행이 상업영화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한해 라인업을 보고 유망 제작사에 투자함에 따라 다양성 영화에도 함께 투자하고 있다. '리틀포레스트'와 '소공녀' 등도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이다.

기업은행은 본격적인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화산업 발전 및 한국 독립예술영화 활성화를 위한 동반성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영화산업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를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업은행은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한국 독립·예술영화 활성화를 위해 연간 1억원(작품당 3000만원 한도) 규모로 P&A  비용을 지원한다.

또 기업은행은 영진위가 예탁하는 50억원을 재원으로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출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고 대출금리 자동감면, 특례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기업이 신규 채용한 취업자에게는 기업은행에서 1인당 30만원의 취업성공 축하금도 준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사진=IBK기업은행

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는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남다른 식견도 있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도진 행장은 2014년 1월 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으로 발탁된 후 2016년 12월 은행장에 취임, 3년째 기업은행을 이끌고 있다. 이미 김도진 행장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큰손'으로 꼽히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영화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와 지원을 지속, 육성한다는 계획이라고 은행측은 전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제1금융권에서 영화에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20억원은 메인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매우 큰 액수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행보는 영화 투자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는 웰메이드 작품 제작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타 금융기관의 문화 부문 투자와 기여를 바랐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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