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이후(中)] 칼 뽑아든 당국, 고강도 규제만이 해법?
[DLF사태, 이후(中)] 칼 뽑아든 당국, 고강도 규제만이 해법?
  •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11.19 15:16
  • 수정 2019-11-19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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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DLF 대책 두고 업계와 정치권 '거센 비판'...시장 죽이는 처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준 해외 국채금리 연계 파생상품 결합 펀드(DLF)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먼저 투자자 보호장치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사의 책임성 확보 및 감독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구체적인 법령 개정 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당국의 대책을 바라보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업계의 시선에선 걱정이 앞서고 있다. 정치권도 당국의 설익은 대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에 나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DLF 사태의 원인이 된 공모규제 회피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모판단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원칙적으로 공모로 판단해 실질적 공모상품을 사모형식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규율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도입키로 했다. 주식연계상품과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상품 등 파생상품이 내재돼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 최대 20~30% 이상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을 경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된다.

만약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될 경우 일반투자자에게 판매시 공모와 사모 구분없이 모두 녹취의무와 숙려기간 부여 의무가 주어진다. 또한 상품에 대한 핵심설명서 교부가 의무화되고, 핵심설명서에 투자위험을 충실히 기재해야만 한다. 공시의무 역시 강화돼 원칙적으로 일괄신고가 금지되며, 상품 판매인력도 파생상품 투자권유 자문인력 요건을 갖춘 자로 제한된다.

앞서 문제가 된 국채금리 연계 DLF의 경우 이런 의무들이 대부분 면제돼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된다. 향후 은행 지점에선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으로 판매채널이 제한된다. 이에 더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일반투자자의 요건도 최소투자금액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규제안을 접한 금융권은 다소 당혹스런 분위기다. 정부 대책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보단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모험자본의 공급이라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대책은 결국 모험자본의 위축, 혹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DLF 사태는 상품 내용과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안한 것이 문제인데, 엉뚱하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새로운 규제를 또 만들어냈다"며 "문제만 생기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은 결국 시장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과거에도 선물옵션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면서 "그로 인해 2011년말 세계 1위 수준의 거래량을 자랑했던 국내 선물옵션 시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역시 금융당국의 행정편의주의적 대책을 두고 강한 질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은행은 대비를 잘해서 지난해 11월에 (DLF)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금리 움직임에 대비한 상품을 팔아서 고객에게 이익을 남겨준 은행도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일괄적으로 (DLF 등 금융상품의) 판매 금지를 하면 잘하던 은행은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이렇게 해서 어떻게 은행의 경쟁력이 생기겠냐"면서 "잘하는 회사는 격려해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클 기회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DLF 관련 대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