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 경영진의 내부통제 미비와 무리한 영업압박 등 이유로 중징계 예고
하나·우리은행, 중징계 근거 불명확하고 내용 과도해
금융감독원이 16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의 DLF 사태와 관련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금융감독원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격돌했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를 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들은 금감원이 주장하는 제재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또한 제재의 내용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16일 오전 10시부터 금감원에서 열린 제재심에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참석했다. 통상 금감원 제재심은 매월 격주로 오후 2시께 열리는데, 이번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오전부터 제재심이 진행됐다.
 
이날 제재심은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나와 각자의 의견을 내는 대심제로 진행됐다. 오전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오후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참석해 각자의 입장과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은 CEO의 책임 정도와 그에 따른 제재 수위였다. 금감원은 이미 이들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통보했으며, 만약 제재심에서 사전통보대로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함 회장과 손 회장 모두 향후 행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직접 제재심에 참석해 각자의 입장을 소명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내세우고 있는 제재의 근거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에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따른 내부통제를 충실하게 하지 못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부통제 미비'와 함께 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압박'이다.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압박이 지점들의 DLF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제재의 근거가 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라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DLF 사태 이후 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이 회사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이 법 개정안을 내놨다.

은행들 역시 이 지점을 공략하고 나섰다. 은행들은 금감원 제재의 근거가 불명확함을 지적하며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소명에 나섰다.

특히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는 내부통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없는 내용을 금감원이 임의로 해석해 중징계라는 과도한 제재를 내리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란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은행들은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전날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자율배상을 시작했다. 이는 금감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손해배상 기준안을 바탕으로 한 결정으로, 자율배상 대상은 손실이 확정된 불완전판매 피해자 1000여 명이다.

지난달 5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 6건에 대해 40~80% 수준의 배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고령과 과거 투자이력 등 피해자들의 배상기준 가감 요소를 반영하면 최저 20%에서 최고 80%까지 배상을 받게 된다.

이날 제재심에서 두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 재차 제재심을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할때 30일 제재심까지 갈 것으로 본다"며 "30일 제재심에서 결과가 나오더라도 금융위의 최종 의결이 필요해 징계수위와 그에 따른 효력발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하나·우리은행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이날 금감원에 제출했다.

대책위 측은 이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우리은행은 해외금리 하락 시기에도 초고위험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인 DLF 판매를 강행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금융당국의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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