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그룹, 라임 펀드에 1조원 이상 노출
라임 측 "펀드 실사후 손실 처리 방침...판매사들과 향후 계획 논의"
신한금융그룹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라는 지뢰를 잘 피했던 신한금융그룹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라임자산운용은 작년 말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환매중단 위기에 처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총 8000억원 가까운 라임의 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의 무역금융펀드에 3500억원 가량을 대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림잡아도 1조원 이상의 금액이 라임과 관련해 엮이게 된 셈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라임의 '크레디트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를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라임이 당초 상품제안서와 다르게 자산을 운용했으며, 환매연기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알려왔다"며 "향후 진행상황 및 변동사항을 신속히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펀드는 위험등급 '3등급'의 중수익, 중위험 상품으로, 당초 라임이 운용하는 모펀드를 통해 싱가포르 우량 무역금융 수출업자의 100% 신용보험에 가입된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는 안정적인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라임이 당초 상품제안서의 내용과는 달리 모펀드의 자금 중 일부를 환매중단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다른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펀드도 환매중단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본래 이 펀드의 만기는 오는 4월이었다.

신한은행 측은 "문제가 된 펀드들은 지난해 10월 환매 연기 결정이 내려졌고, 현재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 펀드들에 상당한 부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로서 안타까운 상황을 전해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향후 주요 진행상황과 변동사항은 신속히 안내하겠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에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측이 당초 신탁계약을 위반하고 자의적으로 펀드 자산을 운용해 신한 측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라임의 당초 신탁계약서에는 '주된 투자대상 자산을 변경할 때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가진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라임 측이 임의로 신탁계약서에 없는 펀드에 자산을 투자한 것은 계약위반이라 할 수 있다.

라임이 임의로 투자한 무역금융펀드는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의 '폰지사기'로 인해 상당부분 자산이 동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이 투자한 미국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의 헤지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등록 취소와 함께 자산 동결 조치를 당했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대출해 준 신한금융투자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신한금융투자의 대출금의 경우엔 대출채권을 행사해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으나 이 역시 라임 측에서 변제할 능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또한 부족한 펀드 자금에서 회사가 먼저 대출금을 변제받을 경우 신한금투를 통해 라임 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는 더욱 커질 수 있어 이 역시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라임 측은 현재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 중인 라임의 펀드들에 대해 필요할 경우 회계상 손실로 상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11월부터 라임의 3개 모펀드 및 157개 자펀드에 대한 회계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월 중순경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라임 측은 지난 15일 "현재 상황의 심각성 및 투자 자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번 실사보고서의 내용을 기준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실사 결과 이후 3일 이내에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상황을 감안해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한 후 기준가격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실자산들을 손실 처리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라임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펀드 판매사와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손실을 미리 상각할 경우, 펀드 자산의 회수에 있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동일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다른 펀드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라임 측은 "환매 연기는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힘을 합쳐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라임의 16개 판매회사, 3개 TRS 증권사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협의체를 통해 향후 펀드의 자산 회수 및 분배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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