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업계 혁신 물결…속도보단 방향 우선돼야
[기자수첩] 보험업계 혁신 물결…속도보단 방향 우선돼야
  • 조성진 기자
  • 승인 2020.06.26 14:05
  • 수정 2020-06-26 14:05
  • 댓글 0

정책과 규제 조율, 끊임없는 의사소통 필요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지난 3월 6일, 30년 넘게 운전했던 한 평범한 택시기사의 아들 입장에서 크게 안도했다. 모빌리티 업계가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택시면허도 없이 대여차량을 운송업에 활용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시절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디자인을 전공으로 공부했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 역시 컸다. 타다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들이 밤낮없이 고민하며 또 연구했을지에 대한 노력과 수고가 느껴졌다.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업계가 상생을 위해 충분히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고자 노력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 왔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 가운데 있는 보험업계 역시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국내 보험업계는 이미 상담 서비스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결합한 챗봇(Chatter Robot)으로 제공하거나 고객이 직접 변액보험에서 투자된 펀드를 재조정할 수 있게 돕는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사들의 보험산업 진출은 보험상품 수요시장 전반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 머지않아 빅테크사가 자사 브랜드와 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앞세워 보험상품 판매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파급력이 크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빅테크사가 보험상품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면 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재원이 많이 투입되는 전속 판매 채널 규모를 축소하거나 포기하고 보험상품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과 조직의 구조적 변화로 인건비가 절감되는 등 효율적인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이는 곧 해당 직군종사자의 실직을 의미한다.

무리한 혁신과 변화의 바람으로 발생한 문제의 징후 역시 포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 건전성 등을 이유로 기존 보험업계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빅테크사들은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금융 규제를 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사의 형평성 있는 정책 수립을 약속했지만 보험사들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보험업계 전반에 걸친 혁신의 물결은 근본적인 시대상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이고 저렴한 상품과 함께 편리하고 접근하기 쉬운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업계에서 '제2의 타다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보험사와 노동 종사자, 나아가 기존 보험업계와 빅테크사의 상생을 위해 형평성에 맞는 각종 정책과 규제 조율,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사 간의 형평성 있는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전속설계사들의 지속적인 존립을 위해선 철새 설계사, 불완전판매 등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대상에 맞는 역할 변화 및 정예화 등의 고민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할 것이다.

혁신과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보험업계가 분열과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직면한 과제들을 잘 풀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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