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은행권 “일단 공동 ATM 시범 운영 지켜볼 것”
금융당국이 ATM 감소 방지에 나섰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점포와 현금자동화입출기(ATM) 감소 방지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포용 측면에서의 ATM 운영 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ATM 급감 대안으로 ‘공동 ATM’ 확대를 시사했다. 

은행권 ATM 설치 대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최고치인 7만100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5만5800대까지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또 한은은 은행 간 공조 없이 각 은행별 ATM 운영 전략을 지속할 경우 지역별로 ATM이 과잉 또는 과소 공급되는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은 국내 ATM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단위면적(1㎢)당 ATM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은 약 36대가 몰려있다. 반면 가장 적은 강원·경북·전남은 0.3~0.4대로 집계됐다. 지역 간 격차는 약 100배에 달했다. 

특히 한은은 인터넷뱅킹, 각종 간편결제 등의 이용이 어려울 수 있는 고령층, 장애인 등이 ATM 감소 및 지역적 불균형 등으로 인해 현금 접근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공동 ATM 도입으로 관리비 절감이 가능해지고 고객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공동 ATM 확대와 관련해선 적극 협조하겠다는 은행과 일단 지켜보겠다는 은행으로 양분됐다. 

먼저 하나은행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ATM 수가 감소하면서 손님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공동 ATM기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휴 금융기관 확대, 공동 ATM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앞으로 손님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공동 ATM 시범 운영을 공표했다. 입·출금, 계좌이체 등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구현됐다. 공동 ATM기는 4개 지점에서 현재 시범운영 중이다. 하남점은 국민은행, 남양주 진접점은 신한은행, 광주 광산점은 하나은행, 화성 동탄점은 우리은행이 각각 전담해 공동 ATM을 2대씩 운영한다. 

고객들이 공동 ATM 사용시 기존 은행별 수수료 혜택은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 고객이 국민은행 하남점에서 공동 ATM을 이용할 경우 기존 신한은행 규정에 따라 혜택을 받고 수수료를 내는 식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동 ATM을 시범 운영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 좀 더 관망하겠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공동 ATM에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이 공동 ATM을 이미 선보인 상태”라며 “향후 확대 운영 시 공동 운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4대 시중은행이 공동 ATM을 시행했는데, 일단 그 ATM이 전국 몇 개 점포만 시범 운영하는 상황이라 현재 기업은행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동 ATM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일례로 은행들이 공동 ATM 운영을 지역별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해당지역 은행이 고객의 은행과 일치하지 않으면 통장정리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올해 하반기 중 은행권과 ATM 설치 정보를 수집 관리하기 위해 현금지급기(CD)공동망 정비 및 데이터 표준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것”이라며 “미비한 점들이 보완돼야 공동 ATM 확대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은행들은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점포 감축 자제 발언에 반발했다. 당시 윤 원장은 급격하게 점포 수를 축소하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라며 영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이 ATM 감소 방지에 나선 가운데 은행들은 일단 공동 ATM 시범 운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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