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게임, 사드 배치 보복 이후 3년 9개월 만에 中 외자판호 발급 성공
"민관 공동 노력의 산물…추가 발급 위해 정부·업계 노력해야"
중국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2일 '2020년 수입게임 판호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홈페이지 갈무리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지난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으로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자국 시장 진출을 틀어막았다.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내 중견 게임사 컴투스의 대표작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서머너즈 워)'가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의미하는 판호 발급에 성공했다. 판호란 중국 정부의 콘텐츠 심사를 통과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 고유 식별 번호로, 중국 내 게임 유통 허가증을 일컫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머너즈 워(중국명 魔灵召唤)가 중국 정부로부터 외자 판호를 받았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2일 42개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했고, 이 중 서머너즈 워가 포함됐다. 

컴투스 관계자는 "서머너즈 워의 판호는 2016년 말경 신청해놓은 것"이라며 "이번 판호 발급을 계기로 해서 중국 사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게임 유통(서비스)는 현지 업체를 활용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서머너즈 워는 컴투스의 대표 스테디셀러다. 지난 2014년 출시돼 애플 앱스토어(전 세계 53개국)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11개국)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고, 글로벌 누적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이다. 

특히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특강에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같은 경우, 3년 만에 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제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천만 관객 영화 12~13편의 매출과 같고, 소설책 5550만 건 매출과 같은 수준이다"고 언급할 정도로 수출 효자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컴투스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 대표 이미지. /컴투스 제공

그동안 외산 게임의 판호 발급은 철저히 제한돼왔다. 중국 광전총국(현 국가신문출판서)은 2016년 모바일 게임 출판 서비스 관리에 관한 통지를 통해 모바일 게임 출판 심사 기준 및 절차 세부 내용을 마련, 모바일 게임 판호 의무화를 시행했다. 이전까지는 판호 발급이 권고 사항이었지만, 게임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게임진흥과 제한정책을 시행해 자국 게임개발 기술력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기 위해 외산 게임을 배척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판호 발급을 줄여왔다. '아동·청소년 근시 방지 조치', '미성년자 온라인게임 과몰입 방지 조치' 등의 일환으로 자국 게임은 물론 외산 게임들을 제한해왔다. 2018년에는 판호 업무를 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이관해 판호 발급을 중단했고, 2018년 12월 내자 판호 발급을 시작으로 2019년 3월 외자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소수의 게임만 통과돼왔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서머너즈 워의 판호 발급을 두고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흥행한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대형 게임들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완화 시 관련 게임주인 웹젠, 펄어비스, 넷마블 등과 엔터, 드라마, 여행, 면세 업종 등 수혜가 기대된다"며 "서머너즈 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컴투스의 차기작 '서머너즈 워 : 백년전쟁'과 '서머너즈 워 : 크로니클'에 대한 외자판호 추가 발급 기대감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태도와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린다. 서머너즈 워를 시작으로 다수의 국산 게임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향후 국내 주요 게임사들과 한국 정부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산 게임의 중국 판호 발급을 위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이번 중국의 판호 발급을 복합적인 국제 정세와 국내 민관 공동 노력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게임학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묵은 이슈였던 판호 문제를 다시 수면에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으로 여러 차례 정책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정부와 업계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위 학회장은 "이번 판호 발급은 과거 전례 없는 민간과 정부의 협력과 공동 노력에 의해 이룩된 성과"라며 "문체부와 외교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은 사드 사태 이후 가장 적극적인 태도 변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된 국제정세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며 "중국 정부가 내년 바이든의 취임 이전에 한국을 달래고 배려하기 위한 명분으로 판호 발급을 카드로 내세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판호 추가 발급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많은 현안 중에 하나의 성과로 인식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며, 산업계도 판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 향후 한층 치열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컴투스는 물론 형제 게임사 게임빌의 주가는 급상승 중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컴투스는 전날보다 7.46%(1만6000원) 오른 15만2700원, 게임빌은 전날 대비 10.31% 뛴 3만5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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