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루과이와 대등한 승부
1990 이탈리아 월드컵·2010 남아공 월드컵과 다른 결과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필자가 축구를 본격적으로 보고 좋아하기 시작한 게 1990 이탈리아 월드컵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며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마지막 경기가 우루과이와 대결이었다. 0-1 패배. 윤덕여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퇴장했고, 후반 44분 오프사이드 논란 속에 다니엘 폰세카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20년이 흘러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허정무호는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흔히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12년이 흘러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벤투호는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같은 듯 달랐던 우루과이와 월드컵 3번째 승부였다.
한국이 24일(이하 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팽행한 접전 끝에 승점을 나눠 가졌다. 잘 싸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로 평가받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으며 무승부를 일궈냈다.
앞선 두 번의 우루과이와 월드컵 맞대결은 아쉬움만 잔뜩 남아 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골 차로 석패했다. 두 차례 모두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실수와 변수, 그리고 집중력 부족으로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은 듯 달랐다. 벤투호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밀고 밀리는 공방 끝에 승점을 챙겼다. 공격 마무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유효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우루과이에 유효슈팅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중원 싸움을 펼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수비적으로 나섰다가 힘을 모아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꺾은 것과 다르게 우루과이와 정면승부를 벌여 승점을 획득했다.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발견했다. 우승후보들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저력을 지닌 우루과이를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쳐 희망을 봤다. 하지만 주포 손흥민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못 찾아 공격 파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약점도 노출했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체크해 가나전과 포르투갈전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절반의 성공이다. 승점을 따내서 다행이지만,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놓쳐 16강행 지름길로 접어들지는 못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4년 이상 고집해 온 스타일을 접고 월드컵 성과를 위해 변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강팀 상대로 위험할 수 있는 후방 빌드업을 줄이고 롱 볼 공격과 강한 중원 압박 등을 섞어 우루과이와 당당히 맞섰다. 벤투호의 변신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kkamano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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