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벤투 후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
화려한 선수 경력-지도자 공백 '갑론을박'
화끈한 공격 축구, 뿌리내릴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1994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멀티골을 뽑아냈던 '금발의 폭격기'가 무려 2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선수 시절 상징이었던 금발은 회색으로 변했고, 한국 축구도 세계 축구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까.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이 꽤 있다.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에 비하면 지도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나쁘지 않은 지도자'로 인정 받았다. 적어도 독일 현지에서는 '체질 개선 성공'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2000년대 초중반 독일은 '녹슨 전차'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전체적인 전력이나 멤버 구성은 역대 최약체로 여겨졌다. 1990년대에 국가 통일로 인해 리그 투자 등이 많이 약해졌고, 귀화 선수 이슈도 겹쳐 대표팀 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초짜'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2006 독일 월드컵 3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천적'이었던 이탈리아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경기력과 결과에서 모두 희망을 안겼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프로 팀과 미국 대표팀 등을 지휘했다. 2020년 헤르타 베를린 감독에서 물러난 후 2년여 동안 지도자 공백기를 가졌다. 헤르타 베를린과 결별하면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고, 감독으로서 더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활약해 또 다른 눈길을 끌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이 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장단점이 뚜렷하다.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보였으나 공백기가 길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 기술연구그룹 등을 경험하면서 축구의 트렌드 분석 능력을 키웠다. 혹자들은 4년 이상 태극전사들을 이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선은 지켜보는 것이 옳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제와 다른 내일을 그려야 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가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려 보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변형 빌드업 축구'로 성과를 냈다. 아시아 지역 예선까지 벤투호는 고집스럽게 '빌드업 축구'를 고수했다. 본선행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답답한 경우도 꽤 많았다. 본선에서는 적절한 후방 빌드업에 롱 볼 및 역습을 섞어 세계적인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섰다. 기본적인 밑그림을 잘 그려 경기를 진행하고, 상대에 대한 맞춤형 전략과 전술을 덧칠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월드컵 성과와 맞물린다. 벤투호가 잡아 놓은 기본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를 잘 얹혀야 한다. 벤투호는 후방과 중원까지는 빌드업 축구를 기본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짜임새와 결정력 부족의 약점을 드러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트렌드인 '빌드업 기본+역습 및 결정력 극대화'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삼은 클린스만호가 꼭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 대표팀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추구해야 한다.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뒤에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클린스만호가 벤투호의 장점을 잘 흡수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된 공격 축구를 아로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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