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50년에 한번' 극심한 가뭄, 10년에 한번씩 발생
농업 의지하는 서아시아...삶의 터전도 잃고 식량 가격까지 급등
연구진 "지구온도 1.2도 오르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아시아 국가들의 가뭄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아시아 국가들의 가뭄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최근 서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극심한 가뭄 뒤에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가 없었다면 이들이 가뭄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세계 기상 기여 조직(WWA)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사회 경제적 물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시리아·이라크·이란의 가뭄 심각성을 증가시켰다(Human-induced climate change compounded by socio-economic water stressors increased severity of drought in Syria, Iraq and Iran)'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과거 서아시아 지역에서 250년에 한번꼴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이 2020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10년에 한번씩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3년간 강수량이 낮아지는 반면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뭄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프라테스 및 티그리스 유역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기 전인 약 250년에 한 번씩 극심한 가뭄이 나타났다. 이란 역시 과거 80년에 한번씩 극심한 가뭄을 겪었지만, 현재 평균 5년에 한번씩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해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사는 수백만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 지역 주민의 상당수는 농업과 가축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농업수가 부족해지면서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가뭄에 대처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가뭄이 인도주의적 재난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동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수년간의 전쟁과 정치적 불안정함을 겪으면서 이미 취약한 상태였고, 여기에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고통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극심한 가뭄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극심해지면서 최근 지구 온도가 산업화 대비 1.2도 이상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지 않았다면 가뭄의 빈도도, 강도도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프라테스 및 티그리스 유역에서 가뭄 발생 가능성은 1.2도 상승 전보다 현재 25배 증가했다. 이란 지역 역시 16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막을 수 없다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때까지 이 같은 가뭄은 심화될 것"이라며 "세계가 이달 말에 있을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 폐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더 많은 농부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음식값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뭄의 영향은 꽤 광범위하다. 농업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식수가 부족해지고 식량 가격은 치솟고 있다. 건조한 날씨로 산불과 대기오염이 빈번해졌다. 

특히 서아시아 지역은 식량 가격에 꽤 민감하다. 시리아 전체 인구의 60%인 1200만명은 식량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모든 지역이 가뭄의 피해를 본 이란은 급감한 수확량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오토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세계 가뭄의 위협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고 글로벌 식량 시스템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로 부유해진 국가들은 더 따듯해지고 가혹한 세상에서 편안한 생활을 즐기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된다"며 "전쟁의 여파에 휘청거리는 가난한 국가들은 그럴 수 없다. 다만 이는 부유한 국가들의 가난한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화석연료는 불평등을 증가시킨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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