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기후 정책 책임자 "기후변화 해결 위한 주요 계획돼야" 
CBAM 대상 기업 부담 완화 전망
K-ETS보다 9배 비싼 EU ETS...가격 조정이 관건
유럽연합(EU) 기후 정책 책임자가 역외 국가들의 탄소배출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기후 정책 책임자가 역외 국가들의 탄소배출권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연합(EU)이 역외 국가들의 탄소배출권 인정을 공식화하는 모양새다. 한국 탄소배출권이 EU에서 인정될 경우,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규제에 포함된 철강과 시멘트 등 국내 산업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봅커 훅스트라(Wopke Hoekstra) 유럽집행위원회 기후 정책 책임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 행사에 참석해 "EU는 역외 국가들이 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외 국가들이 (EU와) 유사한 계획을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향후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EU의 주요 계획이 되어야 한다"며 "EU의 배출권 거래제(ETS)나 그와 유사하지 않는 제도를 구축하기를 원하는 국가들을 돕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의 탄소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다. 현재 역내 발전소와 산업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해 EU 탄소시장 규모는 약 7510억유로(약 1074조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EU ETS 가격은 지난해 2월 100유로(약 14만원)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유럽이 탄소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EU 집행위는 각국의 탄소시장 개설 및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훅스트라 책임자 역시 "우리는 더 많은 탄소시장을 보게 될 것이며, 결국 이러한 탄소시장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탄소시장 확대는 CBAM과도 직결된다. CBAM은 대(對) EU 수출기업들에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는 의무와 기준 초과 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이미 지난해 10월 6가지 품목(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시범 시행되고 있다.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올해 1월부터 수출 제품별·분기별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유럽집행위에 보고 의무가 부과됐다. 2026년 1월부터는 유럽 내 수출 기업들은 배출권을 구매해 집행위에 인증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CBAM 시행 전후로, 국가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들은 일부 국가의 탄소가격 정책에 국제적인 차원을 추가하려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훅스트라 책임자는 "EU의 CBAM에 대한 일부 반발은 EU를 방어적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며 "국가들은 이 정책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고 의무만 부과되지만 본격 시행될 경우 규제 품목 관련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품목 가운데 유럽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 산업에 타격이 클 전망이다. 2022년 기준 철강은 유럽 수출 품목의 89%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탄소배출권이 어떤 식으로 유럽에서 적용될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 배출권 가격이 EU보다 현저히 낮은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15일 기준 1톤당 9140원에 한국 배출권(KAU23)이 거래되고 있다. 반면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1톤당 55유로(약 7만8000원)를 오가고 있다. 평균 8~9배가량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는 꾸준히 EU의 고위급 면담 및 실무 기술협의를 열고, 우리 입장을 개진했다. 특히 향후 제정될 이행 입법에 우리 여건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K-ETS 등 우리 제도를 설명하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월 CBAM 1차 보고를 앞두고 대응 전담반을 개최해 기업들의 준비 현황을 살폈다. 대기업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올해 24억1000만원을 투입해 중소기업 전용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지원키로 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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