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생산 환경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감축기술 전수해야” 
아시아개발은행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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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유럽연합(EU)이 시범 도입한 탄소국경제도(CBAM)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는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생산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탄소 감축 기술을 개도국에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CBAM은 유럽연합이 지난해 10월 시범 도입한 정책으로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및 수소 등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EU로 수출되는 6개 품목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영국도 EU의 제도와 발맞춰 철과 철강, 알루미늄, 세라믹, 시멘트에 탄소세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보고서는 CBAM은 탄소 가격이 톤(t)당 100유로 (약 14만4420원)일 때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0.2% 미만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ADB의 아시아 경제 통합 보고서(AEIR) 2024는 CBAM이 전 세계 대(對)EU 수출을 약 0.4%, 아시아의 대(對)EU 수출을 약 1.1% 감소시킬 것이며, EU 내 일부 제조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제도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닐 포스터-맥그리거 AD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 제도는 6개 산업 분야에 한정된 데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제품에만 해당한다”며 CBAM이 미치는 영향이 지금은 너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산업 생산과 배출량 증가 추세를 볼 때 근본적인 생산 기술 혁신이 없으면 유럽 외 국가들이 모두 탄소세를 도입해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규제를 통해 2030년까지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는 14억유로(약 2조원) 규모 추가 세수를 개도국 탈탄소화에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CBAM의 대상 부문과 지역이 세분화돼 탄소 배출을 부분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기후대응 노력을 위해 이 제도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 개도국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을 고려해 탄소 가격의 광범위한 채택을 장려하려면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ADB는 CBAM이 궁극적으로 관세 역할을 하지만, 결국 EU 제조업체의 철강과 비료 등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며, 결국 유럽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을 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종우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CBAM을 통해 배출량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더라도 아시아 전역에서 탄소 집약적 생산이 증가할 수 있다”며 “차라리 배출량 감소 기술을 개도국에 공유하는 방법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기업도 EU에 수출하려면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정식 도입되는 2026년부터는 부과된 세금도 내야 한다.

그러나 EU가 정한 수출품은 국가 기간산업과 연결돼 있고, 주요 수출 품목이다 보니 관련 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국내 기업들은 개별적 대응이 쉽지 않으며, 탄소배출량 차이로 인한 막대한 세금도 예상된다.

탄소배출량 정보를 탄소국경세 규정에 따라 보고하고 관리받아야 하는 만큼, 기업의 사업적 부담도 커지고 복잡한 배출량 계산법으로 세금 산정 시 분쟁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행히 EU가 지역별 탄소시장 지원을 공식화하면서 한국의 탄소배출권을 유럽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탄소배출권이 인정되면 CBAM이 본격 시행되는 2026년에 철강 등 유럽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부담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두 지역의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가 커 EU가 어떤 조건으로 인정해 주느냐에 따라 부담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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