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NOAA "역대 네번째 규모 백화 현상 앞둬" 경고
산호초 폐사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급선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호초 백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산호초 백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엘니뇨가 약해지고 있지만,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여전하다. 그중 해수면 온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산호초가 하얗게 변해 죽는 '산호초 백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세계 산호의 9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세계가 네 번째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을 앞두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일부를 포함해 광범위한 열대 산호초가 죽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호주 동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최근 몇 달 동안 기록적인 해양 열파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산호초 백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산호는 평균보다 높은 바닷물 온도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얗게 변한다. 백화 현상이 지속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산호초 폐사에 따른 타 어종들의 개체수 감소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호초 주변의 상어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백화 현상은 해양 생태계를 넘어서 어업 및 관광 기반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스쿠버 다이버나 스노쿨러들이 산호를 보러 바다를 찾기 때문이다.

NOAA의 산호초 감찰 코디네이터이자 생태학자인 데릭 만젤로(Derek Manzello)는 "올해 남반구 전체가 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말 그대로 '지구 역사상' 최악의 백화 현상이 일어나기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산호초 백화 현상으로 발표하기 위해서는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 등에서 광범위한 백화현상이 발견돼야 한다. NOAA는 현재까지 인도양을 제외한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산호초가 하얗게 죽어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앞서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은 총 세 차례 발생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대규모 현상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가량 이어졌다. 당시 전 세계 산호초의 약 15%가량이 멸종됐다. 특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산호초 3분의 1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백화 현상은 지난해 카리브해 지역에서 시작됐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기록적인 해양 열파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등 동부 열대 태평양과 카리브해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해양 열파는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수천 km에 걸쳐 해면수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카리브해의 산호초는 과거보다 1~2개월 빠르게 해양 열파의 영향을 받아, 열스트레스가 평년보다 크고 길게 지속됐다. 

만젤로는 "기본적으로 남반구의 모든 곳에서 백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체가 백화됐다. 미국령 사모아까지 백화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백화 현상은 예견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달 초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2도 높았다. 1991~2020년 평균 기온보다는 0.64도가량 높았다. 

특히 지구 온도 상승 폭은 1.5도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선 기간이 길어진다면 산호 멸종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며, 이때 세계 산호의 90%는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산호초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필수적이다. 배출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열을 가둔다. 이렇게 가둬진 열의 93%는 바다로 전해져 수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산호 생태계를 비롯해 열대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산호를 지키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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