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조나리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의 ‘AI가전’ 청사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이무형 부사장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3년이 걸렸다. 개발 단계부터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겠다”면서 “개발이 오래 걸린 탓에 늦게 선보인 감이 있지만 그만큼 성능은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로 건조기 보급률이 저조한 국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의지다.

◆ 단독 건조기 성능 위해 설계 구조 싹 바꾼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는 25kg 용량 드럼 세탁기와 15kg 용량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를 한 대로 합친 일체형 세탁건조기다. 국내 최대 건조 용량으로 킹사이즈 이불 빨래도 가능하다.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분량(3kg)을 99분만에 세탁하고 말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에 15kg의 대용량 건조를 구현하기 위해 25kg 드럼세탁기와 동일한 크기의 드럼을 적용했다. 또한 21kg 건조기와 동일한 크기의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다. 기존 히터 방식의 건조기 대비 건조 시간을 최대 60% 절약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반 건조 시 드럼 내부 온도가 60℃를 넘지 않아 옷감 손상 염려도 줄여줬다.

이무형 부사장은 “이미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나왔었지만 결국 다시 세탁기와 건조기를 분리해 구입하는 기조가 최근까지 이어졌다”면서 “때문에 제작 초기부터 일체형 세탁건조기의 단점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초기 기술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단독 건조기와 동일한 성능과 건조시간, 에너지 효율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건조기 제품의 설계 구조를 전부 바꿨다. 이를 통해 기존 건조기 하단에 있던 히트펌프(컴프레서+열교환기)를 상단에 옮기고, 상단에 있던 세제 자동투입 장치는 하단으로 재배치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습도를 변화시켜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다. 건조한 공기가 순환하며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다시 열교환기를 거치며 습기를 빼앗기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해 순환하는 공기의 접촉 면적을 월등히 넓혔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 건조기 판매는 83만대로, 보급률이 30%가 안 된다”면서 “아직 건조기 경험을 갖지 못한 70%가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장에서 최소 20~30%는 성장을 끌어내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 1등급보다 더 낮은 소비전력에 편의성 높인 AI 기능

비스포크 AI 콤보는 에너지 절약도 고려됐다. 찬물에서도 깨끗한 빨래가 가능한 ‘에코버블’ 기술을 도입하고, 건조는 고효율 히트펌프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물 1kg당 소비전력량을 기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 최저 기준보다 40% 낮췄다. 여기에 스마트싱스를 통해 ‘AI 절약 모드’ 설정 시 세탁은 최대 60%, 건조는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건조 사이클을 활용해 사계절 내내 동일한 건도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세탁실 공간이 작은 아파트는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하는데 한 겨울에는 건조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면서 “보통 영상 5도만 돼도 에너지 효율이 20~30% 저하되는데, 하이브리드 건조 사이클을 통해 외부 온도가 낮은 경우 히터를 사용해 성능 손실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고성능 칩과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7형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디스플레이에서 ‘맵뷰’로 집안 곳곳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삼성의 스마트 가전·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전화나 문자를 수신하거나, 날씨를 묻고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부사장은 “이는 스마스싱스를 통해 어떤 공간에 있든 필요한 기능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스크린 에브리웨어’ 전략을 도입했다”며 “이 제품은 오늘 나왔지만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AI 기능이 하루하루 학습을 하고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다소 오버스펙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만약 냉장고였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면서 “세탁실이라는 공간에서 단 몇 분 고립되는 상황에 얼마나 이 같은 기능이 사용성이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앞으로 계속 사용성을 높이는 작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포크 AI 콤보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합리적인 가격대다. 삼성전자는 신혼부부와 맞벌이는 물론 1~2인 가구 또한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399만9000원이 낮은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사 세탁건조기 제품 가격과 상관없이 시중의 건조기 가격에 맞추고자 했다”고 가격 책정 배경을 설명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이달 중 미국 시장 론칭을 시작, 올해 2분기 내 글로벌 시장 전체 출시가 완료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사실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 등 이외 국가는 새로운 도전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이제는 에너지 효율이나 AI 기능을 기반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꿔 나가야한다. 어려운 시장이지만 글로벌 시장도 모두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