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황대헌(오른쪽)과 박지원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황대헌(오른쪽)과 박지원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빙상계에서 불거진 이른바 ‘팀 킬’ 논란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관련된 선수들은 쇼트트랙의 황대헌(25·강원도청)과 박지원(28·서울시청)이다.

황대헌과 박지원은 앞서 18일(이하 한국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남자 1000m 결선에 나란히 출전했으나 모두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황대헌과 박지원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다 충돌했고 모두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박지원이 추월한 상황에서 황대헌이 무리하게 막아선 것으로 판정되면서 황대헌이 실격 처리됐다.

두 선수 간 비슷한 일이 무려 3차례나 발생한 탓에 황대헌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둘은 앞서 17일 1500m 결선에서도 충돌했다. 박지원이 선두로 나선 상황에서 황대헌이 추월을 시도하다가 박지원과 부딪쳤고 그로 인해 박지원이 뒤로 밀려놨다. 황대헌은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서도 황대헌은 박지원에게 사실상 폐를 끼쳤다. 황대헌은 앞서 질주하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치는 심한 파울을 범하며 옐로카드를 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됐다. 박지원은 올 시즌에만 황대헌의 파울로 3차례나 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

박지원은 이번 세계선수권 불운으로 국가대표 자동 선발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다음 달 열리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사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두 선수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부상 여파로 목에 보호대를 차고 팔에 붕대를 감은 채 19일 귀국한 박지원은 ‘이전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가’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황대헌. /연합뉴스
황대헌. /연합뉴스

함께 귀국한 황대헌은 "(파울)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이고 (박)지원이 형이어서 되게 마음이 안 좋다.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도 ‘박지원과 대화를 나눈 건 없느냐’는 질문엔 다소 논점을 흐렸다.

빙상계는 오래전부터 파벌 논란이 일었다. 빙상계 뿌리 깊은 파벌 논란 중심에 있던 인물은 전명규 전 한국체대 교수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한 명은 본지에 “전명규 교수님은 이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분으로 꼽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실제로 ‘빙상계 대부’로 불리던 전명규 교수와 한체대는 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팀 킬’ 논란의 황대헌은 한체대 출신이고 박지원은 비한체대(단국대) 출신이다. 연이어 계속되는 비슷한 상황이 찜찜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논란이 빙상계 파벌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실제 황대헌의 발언처럼 개인 간 우연의 연속이었다면, 황대헌은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박지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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