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인텔에 195억달러 투자...보조금·대출 지원
바이든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 만들 것"
인텔 ,삼성전자·TSMC 추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는 모습. 미국은 총 195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인텔에 지급한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년 8월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는 모습. 미국은 총 195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인텔에 지급한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미국 정부가 총 195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에 지급한다고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2022년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이 제정된 뒤 최대 규모의 보조금이다. 이에 따라 인텔은 시장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금액을 쥐고 업계의 양축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뒤를 좆는다.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애리조나주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찾아 인텔에 직접 보조금 최대 85억달러(약 11조원)와 대출 지원 110억달러(약 15조원)를 제공하기로 예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총 195억달러(26조원) 규모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미국 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2022년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대출·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도체법이 발효됐다. 이후 620건이 넘는 투자 의향서가 미 상무부에 제출됐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2조원) 중 텍사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가 60억달러(8조원), 애리조나에 공장 짓는 TSMC가 50억달러(7조원), 애리조나·뉴멕시코·오하이오·오리건 4개 주에서 최첨단 팹(반도체 생산시설)과 패키징시설을 건립하기로 한 인텔이 195달러(26조원)을 받게 됐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100억달러(약 13조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며  인텔을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첨병으로 밀어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이지만 2014년부터 중국이 정부 주도의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며 영향력이 줄었고,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 점유율이 1990년 37%에서 2020년 12%에 그치는 등 뒷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또 반도체 설계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제조는 한국과 대만에 맡겨온 탓에 코로나발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며 반도체 공급망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바 있다. 이날 바이든은 "우리는 40년만에 첨단 반도체 제조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반도체법으로 2030년까지 첨단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를 노린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남정림 반도체 연구위원은 "파운드리 기업들이 미국에서의 제조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외국에서 제조, 생산하였는데 미중 반도체경쟁에서 차세대 반도체 패권의 확보를 위해 미국이 이 부분을 보조해주겠다는 것"이라며 "파운드리 기업들을 끌고와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가장 많은 액수의 정부 보조금을 들고 파운드리 분야 세계 1등인 TSMC와 2등인 삼성전자의 뒤를 추격한다. 인텔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광전자공학회(SPIE) 2024’에서 14A(1.4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의 스펙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며, 올 연말부터 인텔의 최신 18A 공정 파운드리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전용 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최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서 “2027년 14A급 공정을 양산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업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인텔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미래 파운드리 산업 지형은 TSMC와 삼성의 양강 체제에서 인텔을 포함한 삼국지로 고착될 수 있다.

다만 속단은 이르다. 남 연구위원은 "인텔의 공장 유치는 우선 자신들의 제품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를 자신들이 생산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게 잘 되면 다른 회사의 위탁 파운드리도 맡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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