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 美통제조치 맞대응…정부 기기 미국산 금지령
中 매출 비중 높은 인텔·AMD 타격 불가피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칩스법)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훼방 놓는 것에 중국이 자국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에서 미국 인텔과 에이엠디(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계(OS)를 퇴출하는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반발했다. / 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칩스법)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훼방 놓는 것에 중국이 자국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에서 미국 인텔과 에이엠디(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계(OS)를 퇴출하는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반발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강력 견제하자 중국이 자국 내 미국산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향력을 줄이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이 자국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PC와 서버에서 미국 인텔과 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계(OS)를 퇴출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24일 보도했다.

중국 재무부와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정부용 컴퓨터와 서버 조달에 관련한 새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 따라 MS의 윈도 OS와 오라클 등 외국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도 정부용 기기에서 배제된다. 지침은 올해부터 시행돼 현재 중국 정부기관은 외국산 반도체가 탑재된 기존 컴퓨터를 모두 교체 중에 있다. 

앞으로 중국 공무원들이 신규 PC·노트북과 서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침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보기술보안평가센터가 선정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서와 OS 명단'에 포함된 제품만 사용가능한데, 명단은 전부 중국기업들로 채워졌다. 리스트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전체 연구개발(R&D) 문서와 코드를 제출해야 하고 디자인과 개발·제조 과정이 모두 중국에서 이뤄져야 한다.

리서치그룹 번스타인의 칩 전문가 링칭위안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까지 온전한 중국산을 뜻하는 신촹(信創) 서버가 중국 전체 서버 출하량의 23%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과 AMD는 중국의 외산 하드웨어 퇴출 조치에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인텔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매출 540억달러 가운데 27%를 차지한다. AMD도 매출 230억달러의 15%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MS는 중국 매출 비중이 1.5%로 미미하다.

중국의 이번 지침 개편은 신촹으로 불리는 기술국산화 기조에 따른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신촹’은 중국 기술 기업으로만 이뤄진 ‘리스트’를 작성해 이들을 집중 육성하며 기술 자급률을 높이는 계획이다. 참여사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집중 지원과 당국 승인 시 절차 간소화, 정부 사업에 대한 우선권 부여 같은 특혜를 받는데, 외국인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신촹에 참여할 수 없다.

중국의 이같은 방침은 21일 미국이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동맹국에 반도체 장비 뿐 아니라 부품과 서비스 분야까지 수출통제할 것을 요구한 것에 따른 반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오랜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이 수출통제 범위를 넓히면 중국은 자원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맞섰다. 2022년 10월 미국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군대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견제했고 중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제조에 중요하게 쓰이는 갈륨·게르마늄·흑연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2023년에는 중국이 범용 반도체 산업 육성을 키워나가자,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규제 범위를 첨단 반도체 중심에서 범용 반도체까지 확대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 추출과 분리 과정 등에 쓰이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며 강경대응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중국의 이번 규제는 외국 기술제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보인 가장 큰 움직임 중 하나인 동시에 (중국산 IT제품의 정부내 이용을 제한한) 미국의 조처를 따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텔과 AMD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신경전 속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내달 중국을 방문한다. 지난 7월 이후 9개월 만의 방중으로 지난해 실무그룹 회의를 함께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다시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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