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찬호 "30년 전, 다저스는 현재 5~70대에게 삶의 한 부분"
튼튼하게 자란 나무는 새싹을 틔웠다
2024 MLB 정규리그 '서울시리즈' 1차전 기자회견에 나선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문. /연합뉴스
2024 MLB 정규리그 '서울시리즈' 1차전 기자회견에 나선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문. /연합뉴스

[고척=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사상 첫 한국 개막전을 치렀다. 경기는 다저스가 5-2로 승리했다.

‘서울시리즈’ 1차전은 티켓 판매 개시 8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많은 유명 인사들이 경기가 열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류현진이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친정팀’ 다저스 더그아웃을 방문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담소를 나눴다. 시구자로는 양 팀 모두에서 활약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나섰다.

◆어려운 시기 꿈과 희망을 전해준 박찬호의 투구

박찬호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황우연씨(왼쪽). /류정호 기자
박찬호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황우연씨(왼쪽). /류정호 기자

박찬호는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첫 MLB에 도전했던 30년 전, 1994년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도 못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IMF 때 한국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때 다저스의 파란 유니폼 스포츠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9년간 84승 58패 평균자책점 3.77 탈삼진 1177개를 올리며 힘든 시기를 겪던 한국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어 “모두가 파란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했다. 승리했을 때는 같이 기뻐하기도 하고 잘 안됐을 때는 함께 힘들어하기도 했다”며 “단순히 야구를 좋아한 것을 넘어서 다저스는 이들에게 삶의 한 부분이었다. 지금 50~70대 사람들에게 다저스는 가슴 깊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 MLB가 한국에 깊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만난 팬들도 박찬호의 의견과 동일했다. 아들과 함께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황우연(67) 씨는 “박찬호의 열렬한 팬이었다. 회사를 빠질 정도였다”며 웃었다. 이어 “30년 전만 해도 MLB 팀이 한국을 찾을 것이란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며 “힘든 시기 박찬호의 투구는 꿈과 희망을 줬다”며 추억에 젖었다.

◆튼튼하게 자란 박찬호의 나무, 새싹을 틔웠다

김하성과 마차도를 좋아한다는 대원중학교 야구부 선수들. /류정호 기자
김하성과 마차도를 좋아한다는 대원중학교 야구부 선수들. /류정호 기자

박찬호의 MLB 진출 후 많은 아시아 선수가 미국의 문을 두들겼다. 추신수, 류현진 등이 바톤을 받아 MLB에서 자리 잡았고, 이제는 김하성과 이정후가 미국을 누빈다. 이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박찬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는 “30년 전에는 나 혼자였다”며 “이후 노모 히데오와 함께 팀 동료로 활약하면서 동양의 MLB 분을 더 활짝 열었다. 그 뒤로도 한국, 일본, 대만의 많은 선수들이 MLB에서 활약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동양 선수들이 MLB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저와 노모의 나무가 튼튼하게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무에서 자란 열매들이 MLB를 이끌어 가는 선수들이 되고, 동양의 야구 선수들이 MLB를 꿈꾸며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박찬호의 바람처럼 어린 야구선수들에게 꿈을 실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대원중학교 야구부에서 2루수와 유격수를 맡고 있다는 김지후(15) 군은 “굉장히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MLB 선수들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었다. 평소 김하성을 좋아했다”며 웃었다.

같은 학교에서 3루수를 맡고 있는 이광현(15) 군은 “매니 마차도를 좋아한다”며 “마차도의 타격을 꼭 보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차도처럼 장타력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엔 “갖췄지만, 아직 모자라다”며 웃었다.

박찬호의 바람처럼 어린 선수들은 한결 가까워진 MLB를 통해 실력을 갈고닦고 있었다. 이 선수 중 누군가는 서울시리즈를 보고, 제2의 박찬호로 자라 또 다른 나무를 키울 것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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