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사상 최저 수준으로 1년 4개월째 동결된 기준금리의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시작되면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졌지만 금통위원 7명 중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은 2011년 9월 이래 약 6년 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소수의견을 금리조정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나 금리를 올릴 때는 소수의견의 등장이 조만간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일종의 ‘예고’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예상을 하고 대비를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번에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위원이 한은 추천 몫 위원이라는 점에서 총재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됐다”는 발언을 통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굳혀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12월에 미국이 예정대로 금리를 올리면 한미 정책금리가 10년 만에 역전되기 때문에 이에 앞서 금리를 올리는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처럼 사실상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대출금을 안고 있는 가계의 경우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고, 특히 한계가구는 803만원에서 1,135만원으로 332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은행들이 각종 대출에서 기준금리처럼 쓰는 코픽스 금리는 9월 신규취급액 기준 8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1.52%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기준 1.56%에 이어 9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9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1.61%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단의 경우 4.5%를 넘어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금리 하락을 기대하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개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변동금리의 경우 이자가 애초에 예상했던 범위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약 0.4%포인트 낮다. 때문에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 상품을, 단기 대출이면 변동금리 상품을 택하는 것이 추천된다.

지금같은 금리인상기에 대출을 받는다면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은 반드시 고정금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형보다 금리가 많게는 1%포인트까지 높아서 대출 기간이 짧다면 변동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라고 하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아주 가파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빚이 많은 대출자나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면 대출 부실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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