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새 수장 자리가 채워지고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화 반열에 오름에 따라 국책은행 임원들의 인사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이 대폭 교체되는 것에 경영의 지속성 문제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왼쪽),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사진=산업은행, 연합뉴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의 홍영표 전무이사, 최성환·김성택 상임이사 등 상임 임원 3명과 문준식·강승중·신덕용·김영수·조규열·장영훈 본부장 6명 등 경영진 전원은 지난 16일 자로 은성수 은행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새 은행장의 경영철학 실행과 조직 쇄신 차원에서 은행장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취지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 수은의 설명이다. 사의를 표했지만 현 경영진이 재신임을 받거나 차기 인사가 날 때까지는 업무를 수행한다. 수은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까지는 이 체제로 가고 국감 이후 은행장이 실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인사를 위해 수은은 17일 임원추천위원회 도입을 의결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전무이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후보를 선정해 은행장에게 추천하는 제도다. 수은 임원은 은행장이 제청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을 비상임이사로 구성하고 비상임이사가 위원장을 맡도록 해 위원회 운영의 객관성을 높였다.

경영진이 한꺼번에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장이 바뀐 이유도 있겠지만, 수은이 지난해 설립 이후 최초로 적자를 낸 점,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받은 비판에 책임을 지기 위한 이유도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수은은 1976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수은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조4,692억원을 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것이 적자의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거 경영진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경영의 지속성 부분에서 부작용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인사권자인 은행장께서 이들의 사표를 다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신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내부에서도 9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급하게 알았다”며 “(9명 중) 몇 분이나 교체될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해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9월 이동걸 회장이 수장 자리에 오른 산업은행도 임원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부행장급 인사는 당장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산은은 은행 안팎에서 새 수장의 부임으로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대해 부인했다. 산은 관계자는 “정기인사는 매년 초에 있어 지금 상황이 변할만한 일은 없다”며 “내년 1월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도 임원 인사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달 있었던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행장 인사 등 조직개편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전임 행장과 정치철학은 다를 수 있지만 기관의 영속성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해 가급적 신중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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