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내년 경영에 있어 밑그림을 그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경영 계획에 국내외 금융사 인수·합병(M&A)과 디지털 영역 강화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취약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해 덩치를 키움과 동시에 내실을 다지고, 디지털 경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복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 수장들은 새해 경영계획에 M&A를 2018년 핵심 과제로 올려뒀다. 최근 취임하거나 연임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M&A 관련 발언을 내놨다.

(사진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1일 내정자 기념 간담회에서 ‘2020년까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하에 검토하고 있는 매물이 있냐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M&A를 할 예정”이라면서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를 생각하고 있고 비은행 회사를 일정부분 갖고 있어야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과점주주 이사회와 협의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도 금융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내정자가 글로벌부문장 시절부터 공을 들여온 부분이다. 인수 대상은 인도의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 전문업체로, 인수에 성공하면 인도 현지에서 소매금융을 강화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적극적인 M&A 경쟁을 예고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특히 생명보험 쪽에 집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생보업계에서 인수대상을 적극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취임 후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 굵직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윤 회장은 지난 달 연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겠다”면서 “(KB금융그룹이) 생명보험 쪽에 취약하다는 지적들이 있고, 우리도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이후 눈에 띄는 M&A가 없었던 신한금융그룹 역시 2020년까지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9월 창립기념사에서 비은행과 글로벌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M&A를 제시했다. 조 회장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M&A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길을 열어둔 바 있다. 윤 회장처럼 특정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는 없으나,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가 없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손보사를 유력 후보로 올려두고 있다.

기업은행은 내년 초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2곳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창립 이후 첫 해외 인수합병 사례가 된다.

금융사들은 공격적인 M&A에 이어 디지털 영역에서의 경쟁력도 키워나가는 것도 핵심 과제로 삼았다. ‘디지털 금융’은 매년 은행들의 경영전략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올해 역시 연초부터 특히 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전문가를 외부에서 모셔오는 추세가 이어져왔다.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그룹 내 디지털 혁신을 담당할 ‘DT 랩(Digital Transformation Lab)’을 신설하고 실리콘밸리 및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 SK그룹 전략기술기획역량개발 전문위원을 DT랩 총괄 부사장 겸 최고기술전문가(CTO)로 영입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술들을 통해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주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했고, 9월에는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경력직을 채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사실 그 어느 금융사들보다 순혈주의가 강한 곳인데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은행 자체만으로는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유능한 인재를 포섭함과 동시에 내부에서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토대를 갖추는 중이다. 올해 기반을 다졌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행내 자체 디지털 교육기관을 만들고 대학교와 협약을 맺어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사가 디지털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점점 외부 인재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외부 인재) 영입보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하지 않냐는 시각도 있지만 워낙 변화가 빠른 분야이다 보니 외부에서도 데려오고 내부에서는 키우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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