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은행권의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를 집중 점검하는 등 또 한차례의 간접규제로 ‘김치 프리미엄’을 잡겠다고 선포했다. 금융당국은 법 부재와 규제 주체가 된다는 부담감, 직접규제에 따른 충격파 탓에 직접규제를 피하면서 가지치기로 거래량을 축소하는 우회법을 내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점검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 계좌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계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사진=허인혜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합동브리핑실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금감원이 합동으로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 계좌를 제공하는 은행들이 자금세탁 방지를 철저히 했는지, 가상화폐 거래 계좌 이용자 식별을 명확히 치렀는지 점검하고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계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피하라는 의미도 내포됐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이 계좌서비스 제공에 있어 무분별하게 수익만 생각하고 거래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접규제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국제 시장에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상)’으로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국외 시세의 40~50%까지 웃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궁극적으로는 가상화폐 거래를 불편하게 만들어 거래 과열을 식히고자 한다고 최훈 금융서비스국장은 전했다.

최 국장은 “시세를 비춰볼 때 ‘투기’로 표현하는 것은 김치 프리미엄으로 대변될 수 있다”며 “적절한 시세가 형성된다고 하면 가격 프리미엄이 특정 시장에서만 형성되기 어렵지만 (가상화폐의 경우) 각 거래소마다의 프리미엄도 다른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과열을 측정하는 명확한 지표는 없지만 국내 가격과 국제 시장 가격을 비교해보면 최근에는 40%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며 “국제 시장과 다른 가격이 형성되면 시장 참가자들의 거래 패턴에 과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라고 설명했다.

간접규제를 통한 가지치기는 지난달 발표한 긴급회의 결과와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에서도 등장했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통해 금융기관은 가상화폐를 보유하거나 매입, 담보취득, 지분투자하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후 은행권에 가상화폐 취급업자와 투자자에 대한 현행 가상계좌 서비스의 신규 제공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요구해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 신규발급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도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게 ▲이용자 설명 ▲계좌번호 ▲입출금 동일계좌 ▲주민번호와 실명 ▲청소년·외국인 제한 ▲타행간 입출금 제한 ▲과세 등 추가 제한조치를 포함해 기존 본인확인 서비스보다 강력한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추라고 전했다. 다만 출금의 경우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에 따라 제한하지 않기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가 간접규제로 가지치기에 나선 것은 거래소를 직접 규제할 명분이 없어서다. 가상화폐 관련법이 입법되지 않아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최 위원장은 “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에 대한 직접조사를 강화하고 ‘유빗’이 의심받고 있는 위장사고 등의 가능성이나 사기,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접 조사일 뿐 직접제재는 현행법으로는 어렵다.

최 위원장은 “거래소 폐쇄에 대한 특별법을 건의해 협의 중”이라며 “(국회와의 논의는) 특별법으로 갈지 유사수신행위법으로 갈지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규제 주체가 된다는 부담감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금융상품도, 통화도 아니므로 피해에 따른 보상이나 거래소 규제 등도 금융당국이 할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거래소 인가제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했지만 최 위원장은 “거래소 인가제는 도입하지 않는다”고 정확한 입장을 내놨다.

규제에 따른 시장의 충격파도 간접규제로 완급조절을 한다는 계산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상화폐 시세를 직접 다스리기보다 제도권 금융사를 우회해 쿠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가상계좌가 막히자 법인계좌로 거래하는 거래소가 횡행한다는 지적에 최 국장은 “강화된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가상계좌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라며 “법인계좌 중에서 소액 자금의 입출금이 빈번한 경우 가상화폐 거래 관련 계좌로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제도권 대출금이 가상화폐 투자로 흘러 들어가는 것에 대한 대책을 묻자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대출을 내주고 개인이 그 대출금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은행이 위험성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책임은 물을 수 있다”며 “가상화폐 투자로 자금이 들어갔다가 리스크 관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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