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장·인감·비밀번호 없어도 예금 지급 가능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손으로 출금 서비스' 출시 기념식에서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을 배경으로 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범죄를 예측해 아직 죄를 저지르지 않은 범죄자를 체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장면 중 인상 깊은 장면은 사람의 눈, 즉 안구가 각 개개인의 ID(신분증)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투명한 유리창에 설치된 안구 인식 레이저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나이와 성별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춘 광고를 보여준다거나 출입문을 열고 닫을 때 등 모든 것이 안구 하나면 가능하다.

영화가 개봉된 2002년이나 필립 K.딕의 원작 단편소설이 발표된 1956년에는 언제 저런 시대가 올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상용화돼 있다.

최신 스마트폰들은 이미 ▲홍채인식 ▲안면인식 ▲지문인식 등 인간의 바이오정보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뒤에 위치한 손가락 지문인식기를 통해 손쉽게 로그인, 이체 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중 KB국민은행은 '정맥'을 이용한 서비스를 출시해 눈길을 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 인감, 비밀번호 없이 예금 지급이 가능한 신개념 창구 출금 서비스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지난 12일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바이오 인증만으로 출금이 가능하도록 관련 유권해석을 취득한 바 있다.

은행법 감독 규정 제34조, 20조, 29조에 의거 창구거래시 통장 또는 인감없이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국민은행이 개인의 손바닥 정맥 정보를 수집해 암호화하고 금융결제원과 일정 비율로 분산 보관하면서 본인인증시, 두 기관의 보관 정보를 결합해 일치 여부를 식별한 후 등록이 완료되면 그 이후에는 거래금액이나 횟수에 제한 없이 출금이 가능하다.

기존에 신한은행 등이 스마트 키오스크(그래픽·통신카드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음성서비스·동영상 구현 등 이용자에게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로 정맥 인증을 도입한 적이 있고, 창구에서 인터넷뱅킹 신청 등 업무가 가능하게 한 적은 있지만 영업점 창구에서 정맥 인증으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한 곳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이용자 중 300만명이 대면성향이며 80만명이 대면성향 고령층(60대 이상)으로 그동안 비대면 거래 혜택을 못 누렸다. 이 때문에 신기술로 편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맥인증은 보안에 있어 가장 뛰어난 생체인증 방식으로 알려졌다.

정맥은 살갗에 퍼렇게 비치면서 개인마다 흐르는 모양이 다 다르다. 정맥인식은 센서에 직접 피부를 닿게 하지 않아도 되며 인식률과 판독에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을 잘못 인식할 확률이 0.00008%에 불과하다.

지문은 젤라틴 등으로 찍어 낼 수 있고 홍채 역시 고해상도 사진으로 진짜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맥인식이 보다 보안에 뛰어난 인증 방식인 셈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손으로 출금 서비스' 출시 기념식에서 "이번 사업은 금융당국의 적극적 개선의지, 금융결제원의 고객정보 분산 보관 신기술 및 금융회사의 도전적 혁신이 힘을 모아낸 결실"이라며 "앞으로 금융회사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술의 혁신이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보다 쉬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디지털 금융 강화를 통해 어떤 순간 어느 장소에서나 고객이 원한다면 KB국민은행과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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