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믿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취득 실패로 사업 다각화 차질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금융계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이현 키움증권 대표의 야심찬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키움증권 주도로 추진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현 키움증권 대표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손잡고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구성,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만큼 업계에선 키움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인가를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비인가 취득에 실패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예비인가 심사결과 신청후보 두 곳이 모두 불허돼 매우 안타깝다"며 "외부평가위의 평가결과 그리고 금감원의 심사결과를 오전에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은행업은 혁신성과 안정성을 균형있게 평가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키움뱅크는 사업 계획의 혁신성과 실현가능성 측면이 미흡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키움증권은 모기업인 다우기술과 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사람인HR, 한국정보인증,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등 국내 유수의 28개 기업과 손잡고 키움뱅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키움뱅크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금융과 통신, 카드, 유통 등 다방면에 걸친 소비자 편익 제공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금융위의 심사에서도 사업 안정성과 자본력 측면에선 토스뱅크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사업 계획의 혁신성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 결과를 두고 이미 각 사업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다보니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 혁신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점으로 내세웠던 다방면에 걸친 소비자 편익 제공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사업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부분이다. 증권, 은행간 제휴를 통한 주식거래 수수료 절감이나 신용대출 이자율 인하 등도 다소 식상하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키움증권과 하나은행 등 기존에 대형 금융사업자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과연 혁신인가에 대한 비판도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심사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를 수 있다"며 "이미 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고, 기존 은행들도 모바일과 비대면 서비스 강화, 공인인증서 폐지 등 다양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만큼 심사위원들의 눈높이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인가 취득 실패로 인해 지난해 취임 이후 야심차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준비해왔던 이현 대표의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에 집중된 키움증권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본격화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준비해왔다.

업계에선 이 대표가 재차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입장에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통한 시너지가 크고,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과의 사업협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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