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들이 라임 펀드 자산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 운용사를 신설키로 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이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남아 있는 라임의 펀드 자산은 기존 판매사들이 '배드뱅크'를 설립해 회수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엔 금융감독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개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들은 라임 펀드 자산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 운용사를 신설키로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실적이 많은 6개사를 중심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19개 금융사는 이날 오후 금감원과 함께 배드뱅크(라임 펀드 신설운용사) 설립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사의 부실 자산 처리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배드뱅크가 운용사 형태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드뱅크 운용사가 신설될 경우, 감독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의 등록을 취소하고 라임의 펀드를 모두 배드뱅크 운용사로 이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감원은 아직 라임 펀드 판매사 간의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일 뿐, 정확하게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이번 배드뱅크가 라임의 잔여 펀드자산 회수만을 위해 설립되는 것을 감안할 때 대략 6년 정도 운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부실 펀드 판매 규모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우선 환매가 중단된 펀드인 플루토FID-1호, 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이 배드뱅크로 이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매 중단 펀드 외에도 라임의 정상 펀드 역시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라임 관련 배드뱅크의 설립 추진에는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자금이 유출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은 올해 초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고객 자금 195억원을 빼돌렸으며, 이 돈은 라임의 실세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태에 직면한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현재 라임의 경영진을 믿고 자금 회수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 직접 펀드 자산 회수를 위해 배드뱅크 설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사들이 중심이 돼 펀드 자산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나섰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작년 말 펀드환매 중단과 자산회수 계획을 발표했다./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