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19사태후 첫 바둑대회…바둑인 축하 이어져
포천시, 방역수칙 엄수로 코로나19 위험 최소화 성공
2020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바둑대회 대회장 전경. /임민한 기자

[한스경제=(포천) 김호연 기자]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진행된 ‘2020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바둑대회’가 풍성한 화제와 함께 막을 내렸다. 사회적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엄수해야 하는 탓에 대회장인 포천시종합체육관은 육성 응원 없이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열기만은 뜨거웠다.

대국에 집중하는 어린 선수들과 이를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보는 학부모의 모습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대회를 기다려왔는지 말해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 대부분이 연기되거나 무산됐지만 방역터널과 투명가림판 등 방역 수칙을 넘어서는 철저한 준비로 대면진행이 가능했다.

덕분에 전국에서 지역 예선을 통해 선발된 바둑 꿈나무 300 여명은 오랜만에 열린 공식대회에서 실력을 뽐냈다.

대회는 이틀 동안 전문선수부, 방과후부, 학원부 등 세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전문선수부는 다시 4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프로 기사 입단을 준비하는 연구생이 참가할 수 있는 초등최강부와 ▲초등고학년부(5~6학년) ▲초등중학년부(3~4학년) ▲초등저학년부(미취학, 1~2학년) 등 4개 부문이다.

방과후부와 학원부는 초등최강부 없이 ▲초등고학년부(5~6학년) ▲초등중학년부(3~4학년) ▲초등저학년부(미취학, 1~2학년) 총 3개로 진행했다.

2020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 바둑대회 공동 3위 이상 수상자 명단. /김호연 기자

8일 대회 1일차 전문선수부 초등최강부는 2018년 크라운해태 어린이명인전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기민찬 선수가 우승했다. 상대 윤서원 선수를 누르고 어린이명인의 위상을 지켰다.

기 선수는 결승 대국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대회에 나와 우승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고, 중반에도 실수를 하나 저질러 거의 지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윤)서원이형이 실수를 했고, 곧바로 역전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대국 상황을 설명했다.

기민찬 선수가 전문선수부 초등최강부 우승 인터뷰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그의 롤모델은 같은 날 박윤국 포천시장 등과 기념대국을 벌인 이창호 9단이다.

기 선수는 “이창호 국수님과 기념대국을 둔 적이 있고 많이 닮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프로에 입단하면 신진서(20, 9단) 사범과 바둑 대결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진서 9단은 지난 5일 한국기원이 발표한 8월 랭킹에서 1만185점을 기록, 2위 박정환(9939점) 9단을 246점 차이로 따돌린 국내 1위일 뿐 아니라 세계랭킹에서도 독주 중이다.

초등최강부 기민찬 선수에 이어 전문선수부에선 박종찬 군, 김상우 군, 표현우 군이 각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2일차 방과후부와 학원부도 연이어 우승자가 나왔다.

방과후부 초등고학년부는 최원준 선수가 4전 4승, 총점 33을 기록해 우승했다.

초등중학년부는 김건형 선수, 초등저학년부는 김민건 선수가 각각 우승했다.

학원부에선 초등고학년부 김시현 선수, 중학년부 김정서 선수, 저학년부 김정인 선수가 우승해 성황리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학원부 김정서·김정인 남매, 부상투혼 끝에 남매 우승

(왼쪽부터) 김정서, 김정인 선수가 학원부 우승 상패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이 모인 만큼 ‘2020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바둑대회’는 선수들의 다양한 사연이 담겼다.

유일한 남매 우승을 이뤄낸 학원부 김정서·김정인 남매가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각각 학원부 초등중학년부, 초등저학년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남매 우승의 발판엔 누나 김정서 선수의 부상투혼이 있었다.

김 선수는 최근 다리를 다치면서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5라운드로 진행한 긴 대회시간 동안 불편한 몸으로 대국에 집중하기 어려웠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에 집중했다.

그 결과 5전 전승, 총점 76점을 기록하며 박병은 선수를 누르고 초등중학년부 우승을 차지했다.

동생 김정인 선수도 5라운드를 모두 이기고 총점 70점을 기록해 당당히 우승 상패를 받아들었다.

패배도 빛낸 이계삼 포천부시장

초등최강부 준우승을 한 윤서원 선수를 이계삼 포천부시장이 다독여주고 있다. /임민환 기자

준우승은 우승에 버금가는 훌륭한 성적임에도 유독 짙은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 가까이에 도달했지만 마지막은 패배 또는 실패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8일 진행한 ‘2020 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바둑대회’ 초등최강부 결승 대국에서도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희비는 극명하게 나뉘었다.

우승을 차지한 기민찬 선수에 이은  준우승 윤서원 선수의 아쉬움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막판에 저지른 실수 하나가 판세를 완전히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 학년 낮은 기민찬 군에게 당한 패배였으니 어린 나이에 느껴야 할 속상함으로 눈물을 흘렸다.

대회 현장에 있던 이계삼 포천시 부시장은 기민찬 선수의 우승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 흐느끼는 윤 선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이 부시장은 윤 군에게 “인생에 있어서 성공은 어떤 지점과 단계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를 끊임없이 뛰어넘고 나아가는 것이다”라며 “자신을 뛰어넘고 승리한 우승자에겐 진심어린 축하를 전해주고, 자신이 스스로를 뛰어넘을 때 자축하길 바란다”고 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바둑 스타의 꿈나무 응원 메시지 이어져

최정 9단이 '2020포천시장배 평화유소년바둑대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이번 ‘2020포천시장배 국제평화유소년바둑대회’에는 한국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 56연승 신화를 쓴 세계 여류 최강 최정 9단 등 한국 바둑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바둑 스타들이 찾아와 어린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창호 9단은 박윤국 시장, 전 포천시 공무원 승광익씨와 벌인 기념대국 직후 “재미있는 대국이었고, 포천시장배 국제평화 유소년바둑대회로 어린 아마추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을 즐기고 재미 붙일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공부해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함께 기념대국을 벌인 여자 세계 최강인 최정 9단 역시 “취미로 즐겁게 바둑을 즐기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도 어릴 때는 즐겁게 임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긍정적 결과가 이어지면서 좋은 성적의 발판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밌게 임하되 바둑에 대한 꾸준한 공부는 필수”라며 “경기가 끝나고 복기를 통해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바통령’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삼 전 한국기원 사무총장(9단) 역시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바둑은 어릴 때 두뇌를 발달시키기에 더없이 좋고, 늙어서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며, 젊어서는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다”라며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니 많은 어린이들이 바둑을 사랑하고, 또 프로기사가 되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둑의 보급과 확산은 한국 바둑계의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라며 “팬들이 있어야 한국 바둑이 살아남고 프로 기사들이 존재할 수 있다. 다른 기사들도 꼭 유튜브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바둑 알리기에 나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포천시 철저한 방역, 코로나19 안전 대국 성사

대회장 입구에 설치한 '코로나 워킹스루 방역기'. /모든방역 제공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스포츠 대회가 열리지 못해 선수들은 애만 태우고 있었다. 바둑계 역시 대면 대국을 꺼리게 되면서 온라인으로나마 겨우 대국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회를 주최한 포천시는 ‘투명 아크릴 바둑 가림판’과 ‘코로나 워킹스루 방역기’, 바둑알을 소독하는 스마트크린 제품을 설치해 어린 선수와 관계자의 감염위협을 최소화했다.

행사 전후로 방역작업을 벌였고, 코로나19 의심환자 발생 시 즉각 대응을 위해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자녀의 대국을 지켜보기 위해 방문한 한 부모는 “코로나19 등으로 오랜 시간 아이가 바둑 대회에 나갈 수 없었는데 포천시가 섬세하게 신경쓴 덕분에 안심하고 대국을 지켜볼 수 있었고, 아이와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포천시와 대회를 공동주최한 정순표 한국스포츠경제 대표는 " 한국바둑의 미래인 꿈나무 육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 유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한 종합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천=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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