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조성진 기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이버상에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필터버블(Filter Bubble)과 이에 따른 사이버발칸화(Cyberbalkanization) 현상은 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필터버블은 사이버상에서 사용자 개인이 선호하는 정보를 인공지능(AI)이 맞춤형 추천으로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사이버상의 정보 홍수 속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개인의 관심사와 다른 정보는 그만큼 쉽게 배척된다.

필터버블에 의한 정보 양극화는 개인이 원하든 혹은 원하지 않든,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계층끼리만 공감대가 형성돼 이질적인 이들은 배척하는 사이버상의 분열현상, 즉 사이버발칸화를 필터버블이 더욱 가파른 속도로 촉진시킨다는 점이다.

발칸화(Balkanization) 현상이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발칸반도에서 일어난 각종 분쟁으로 유고슬라비아였던 지역이 슬로베니아, 북마케도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7개 나라로 각각 분리 독립한 것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금융정보를 통한 필터버블과 부의 발칸화(분열) 문제가 우려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 자체가 '고객정보 종합을 통한 맞춤 상품 및 서비스 추천'이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소비자의 금융거래 정보 등을 일괄적으로 수집, 맞춤형 상품 추천 및 금융상품 자문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은 지난달 5일 데이터3법 시행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존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던 약 40여 개사를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내년 초까지 동시에 심사한다고 밝혔다. 당초 1차(20개사)·2차(20개사)로 진행하고자 했으나 1차 선정 기업의 과잉 홍보 등을 우려한 조치다.

총성없는 데이터 사업 전쟁의 중심에는 카드업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가 마이데이터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신사업 선점에 있다. 이미 가맹점의 카드결제 수수료 납부를 통한 수익 창출은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안책으로 카드론, 리볼빙 등 부가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지난 6월 가맹점의 데이터를 활용한 소상공인 신용평가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사업에서 소상공인 분야 실증사업자로 선정됐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수익 사업 추진을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 앱 '리브 메이트 3.0'의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기능을 확대했다. 우리카드 역시 2월부터 마이데이터 관련 태스크포스 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문화, 쇼핑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 밖에 개인 가계부, 부채관리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이력이 풍부한 고객과 이력이 빈약한 신 파일러(Thin Filer)가 접할 수 있는 금융정보 서비스의 질과 양은 분명 차이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급 금융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 자와 그러지 못하는 자의 격차 심화가 장기화된다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부의 양극화로 발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멤버십 등급에 따른 정보의 양극화 ▲일반 무료서비스와 프리미엄 유료서비스에 따라 제공되는 질과 양의 양극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자와 미사용자의 정보 양극화 ▲대형가맹점과 소형가맹점간의 정보 양극화 등의 문제는 결코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닌, 머지않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업계가 고객 정보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양극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고민을 하길 기대한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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