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25 이후 늦은 민족자본 형성, 높은 상속·증여세율과 까다로운 사후관리 등

[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자본주의 사회, 기업은 결국 망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속성을 지닌 것일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동화약품을 비롯한 7곳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놓고 보면 그렇다. 통계상 국내 기업 중 창업 후 30년이 넘은 장수기업은 2%에 불과하다. 50년 이상은 0.2%로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2년에 불과하다. 짧아도 너무 짧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창업 1천년을 넘는 초 장수 기업이 8개에 이른다. 창업 200년을 넘긴 장수기업은 4천개에 육박하고 100년 이상인 기업은 무려 2만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실제로 2012년 기준 일본의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3937개에 달했다. 전 세계 장수기업 7212개 중 절반(55%)을 넘어서는 숫자가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은 말 그대로 장수기업 천국이다. 그 뒤로는 독일(1805곳), 영국(467곳) 순 이라고 한다.

특히, 일본은 창업 100년을 넘긴 2만1천66개 기업 중 메이지시대 이후에 설립된 기업이 82%에 달한다. 그 중 최장수 기업은 서기 578년 쇼도쿠(聖德)태자가 초청한 백제 목수 금강중광(金剛重光)이 창업한 토목건축회사인 곤고구미(金剛組)다. 이 회사는 일본의 국보인 호류지(法隆寺) 등 수많은 불교건축물을 세운, 올해로 꼭 1439년의 역사를 간직한 세계 최장수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55년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2006년 다카마쓰(高松)건설의 전액출자 회사로 활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에 유독 장수기업이 많은 이유로 명확한 기업이념과 경영원칙, 투철한 장인정신, 전통과 혁신의 조화, 유연한 시장대응을 지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700년 에도시대에 창업, 317년의 역사를 가진 후쿠다 금속박분공업이 꼽힌다. 이 회사는 당시 사용된 금박 기술을 응용, 신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40% 이상의 전화기에 납품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를 이은 고객과 소비자, 종업원 등의 신뢰관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에만 장수기업이 없는 것은 왜 일까. 전문가들은 일제강점기와 6.25로 인한 수탈 및 파괴를 겪으면서 민족자본 형성이 늦어졌다는 점과 사농공상의 유교적 관점으로 인한 기업인 홀대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유교적 우월의식과 공상계급에 대한 하대풍조도 장수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6.25 이후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창업 5년을 넘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기업이 부지기수라는 우리 기업 현실은 또 다른 장벽의 존재를 지목하고 있다.

핵심은 그동안 재계에서 끊임없이 지적해온 높은 상속·증여세율과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이다. 가업승계 등의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위대한 경영자의 마지막 과제는 승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 승계를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정부나 기업은 기업 승계의 핵심을 세금에서만 찾지 말고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기반 마련과 기업가정신으로 다분화 할 필요가 있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창업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게 와 닿는 시점이다.

송남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