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박동창 회장, '맨발걷기' 국내에 확산시킨 인물
금융인이었으나 운명처럼 맨발걷기와 마주
맨발걷기 알리기 앞장… '7가지 걸음' 개념 소개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1.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1.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걷기 명소를 둘러보면 삼삼오오 맨발로 걸어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질퍽거리는 흙길과 자갈밭으로 된 산책로를 거리낌 없이 걸어 다닌다. 떠올려 보니 인간은 태초에 맨발로 걸어 다니며 발로 자연을 느꼈다. 어싱(earthing)족(族)이라는 신조어는 맨발걷기 열풍을 대변한다. 사람들이 왜 맨발걷기를 즐기고, 또 맨발걷기 열풍은 왜 생겼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맨발걷기는 신체뿐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수양 방법 중 하나다.”

박동창(71)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의 아침은 맨발 산책으로 시작한다. 그는 매일 오전 지저귀는 새소리와 푸르른 나무들 사이에서 맨발과 맨땅이 만나는 순간의 감각을 느낀다. 덕분에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펴낸 책 제목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와도 일맥상통한다.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1.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1.

박동창 회장은 ‘맨발걷기’를 국내에 확산시킨 인물이다. 원래 그는 금융인이었다. 경제학 박사로 국내와 국외에서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냈다. 자연보다는 콘크리트 건물과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박 회장은 21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01년 폴란드에서 은행장으로 근무할 때다. 당시 나는 은행을 경영하며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간 수치가 100IU/L이 넘었고 이석증까지 오면서 건강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주치의가 살려면 업무량을 줄이라는 경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맨발걷기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박 회장은 “우연히 한국 TV 방송에서 암 환자의 맨발걷기 치유담을 본 것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맨발걷기에 건강에 대한 열쇠가 있을 것 같았다”며 “주말마다 폴란드 바르샤바 집 근처의 카바티 숲을 찾아 신발을 벗었다. 촉촉한 대지가 주는 느낌이 감미로웠다. 풀, 나뭇가지, 곤충 등 무심코 지나갔던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과 일체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았다. 걷고 난 후 스트레스도 줄고 잠도 잘 왔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08.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08.

몇 개월간 꾸준히 맨발걷기를 한 결과 박 회장의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간 수치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는 맨발로 걷는 경이로운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2006년에 맨발걷기 관련 책을 펴냈고, 2016년 금융계에서 은퇴한 이후 본격적으로 맨발걷기 알리기에 앞장섰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걸으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방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저에게 제2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내 마지막 여생을 바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힘줬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7가지 걸음’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맨발걷기 효과 이론 중 ‘지압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로 ‘두꺼비 걸음’이다. 숲길로 들어가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모든 스트레스를 다 내려놓고 완전히 땅과 일체가 돼야 한다. 두 번째는 ‘황새 걸음’이다. 텅 빈 가슴속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 자신감을 넣어야 한다. 자신만만하게 걷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는 ‘까치발 걸음’이다. 발가락 끝 쪽은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들이 모여 있다. 발뒤축을 들고 발끝 쪽으로 걸으면 지압 효과가 극대화된다.

발바닥 지압점. /한국건강관리협회
발바닥 지압점. /한국건강관리협회

네 번째는 ‘잇몸을 우물거리듯이 걷는 걸음’이다. 발가락을 만세 모양으로 펼친다. 발 가운데 지압 효과가 커진다. 즉 심장, 폐, 간, 위장, 췌장에 지압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주걱을 엎은 듯이 걷는 걸음’이다. 까치발 걸음과 같이 머리 쪽에 효과가 있는 걸음이다. 발가락 끝 쪽에 지압을 주면 머리와 마음이 맑아진다.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다. 여섯 번째는 ‘스탬프를 찍듯이 걷는 걸음’이다. 발가락을 쫙 벌리고 걷는 것이다. 근골격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혈액 순환이 왕성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뒤로 걷는 걸음’이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걸 추천한다. 한 사람은 앞을 보고, 한 사람은 뒤를 보고 손을 잡고 걷는 것이다. 정과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맨발걷기는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도 가져다 준다. 박 회장은 “맨발로 걷는 것은 ‘명상의 걸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명상하게 된다. 자기 내면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자기 수양의 방법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건강지압 보도를 맨발로 걷고 있다. 초입에 '신발을 벗으세요'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2.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건강지압 보도를 맨발로 걷고 있다. 초입에 '신발을 벗으세요'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2.

맨발걷기는 많은 기술이나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맨발걷기에서 가장 어려운 건 처음 신발을 벗는 바로 그 순간이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를 처음 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 신발을 벗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며 “긴 시간을 할 필요가 없다. 먼 곳을 갈 필요가 없다.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걷는 게 좋다. 매일 10분 정도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짧게 꾸준히 하루 이틀을 넘어서 1년, 2년, 10년이 누적되면 혈액이 맑아지고 활력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회장은 “건강과 마음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신발을 벗고 숲길로 나서 맨발로 걸어라”고 미소 지었다.


박동창 맨발걷기운동본부 회장이 추천하는 '맨발걷기 명소'

서울 강남구 대모산 맨발길

서울 서대문구 안산 460m 황톳길

경기도 남양주 금대산 황톳길

인천 연수구 청량산 금빛 황톳길

경남 김해시 분성산 황톳길

대전시 계족산 황톳길

강상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