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맨발걷기, 건강관리 트렌드로 자리
땅과 직접 접촉하는 어싱이 목적
어싱으로 불리는 접지 효과와 지압 효과 탁월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걷기 명소를 둘러보면 삼삼오오 맨발로 걸어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은 듯, 질퍽거리는 흙길과 자갈밭으로 된 산책로를 꺼리낌 없이 걸어 다닌다. 떠올려 보니 인간은 태초에 맨발로 걸어 다니며 발로 자연을 느꼈다. 어싱(earthing)족(族)이라는 신조어는 맨발걷기 열풍을 대변한다. 사람들이 맨발걷기를 즐기고, 맨발걷기 열풍이 왜 생겼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두 살배기 아이가 할아버지와 할머닝의 손을 붙잡고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두 살배기 아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화가이자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발이야말로 인체공학상 최대의 걸작이자 최고의 예술품이다”라고 극찬했다. 또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발은 우리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발은 인체 외형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구조와 기능이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발을 신발 속에 꽁꽁 가두고 살고 있다. 발이 숨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신체에서 중요한 발을 하염없이 가둬 놓기만 하니 건강에도 적신호가 안 켜질 리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맨발로 산책하는 ‘맨발걷기’가 건강관리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은 집 앞 공원에만 가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벼운 운동 효과와 더불어 명상의 효과까지 있어 최근 심신의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맨발로 자연을 느끼며 산책하는 이른바 ‘어싱족’이란 단어도 생겨날 만큼 열풍이다. 어싱족은 맨발걷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어싱(earthing·접지) 효과’의 어싱과 집단을 뜻하는 ‘족(族)’의 합성어다.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 가족공원에서 맨발로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기존의 맨발공원은 오는 10월 30일까지 황톳길 조성공사중이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제2광장 부근의 흙길과 마사토길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 가족공원에서 맨발로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기존의 맨발공원은 오는 10월 30일까지 황톳길 조성공사중이지만, 시민들은 공원 내 제2광장 부근의 흙길과 마사토길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맨발걷기는 걷는 행위보다 땅과 직접 접촉하는 어싱의 목적이 크다. 어싱은 땅(earth)과 현재진행형(ing)의 합성어다. 지구와 우리 몸을 접촉함으로써 지표면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우리 몸으로 흡수하는 행위를 통칭한다. 우리말로는 ‘접지(接地)’라고 한다. 어싱 효과는 2010년 전기 기술자 클린트 오버와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가 실증적 연구 결과인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를 책으로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저자인 시나트라 박사는 땅을 맨발로 밟을 때 몸속으로 흘러드는 자유전자(음전하)가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인 활성산소(양전하)를 중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저 땅과 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불면증, 만성통증, 스트레스, 염증으로 인한 노화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발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동창(71)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땅을 밟으면 그 땅속에서 전자가 올라와서 우리 몸속에 유익한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모든 생명체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부도체인 신발을 신고 살고 있다. 땅도 아스팔트 시멘트로 돼 있다. 집은 고층 아파트, 고층 빌딩이다. 우리는 24시간, 1년 365일 땅과 접지가 차단된 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접지 전 혈액(왼쪽)과 접지 40분 후 혈액.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 도서 내 이미지
접지 전 혈액(왼쪽)과 접지 40분 후 혈액.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 도서 내 이미지

이어 “우리가 땅을 맨발로 밟으면 땅속에서 전자가 올라온다. 이후 음전할 때 자유전자가 올라와서 우리 몸 안에 모든 만성질환의 근원이자 염증의 근원인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시나트라 박사가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묽게 한다’에 따르면 맨발걷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어싱 효과에는 혈액 표면의 세포 사이의 밀어내는 힘을 높여줘 혈류의 속도를 높여주는 것도 있다. 맨발걷기를 40분 하면 끈적끈적한 혈액의 점성이 개선된다는 이야기다.

어싱 효과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한 박 회장은 “혈액의 점성이 낮아지면 혈류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다는 뜻이다. 몸의 모든 세포의 모세혈관에 혈액이 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포와 조직의 영양소를 잘 공급할 수 있게 되고, 노폐물을 걷어서 조직과 세포가 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저는 이것을 천연의 혈액희석효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맨발걷기는 스스로 하는 발 마사지다. 따라서 지압 효과도 있다. 발의 어떤 지점들은 신체 부위와 연결돼 있어 발을 자극하면 신체 불균형 해소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박 회장은 맨발걷기의 지압효과에 대해 “맨발로 숲길을 걸으면 그곳에 있는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같은 무수한 질료들이 놓여있다. 그걸 우리가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다 지압이 되는 것이다. 내 몸무게로 지압하는 효과다”라며 “특정 부위만 지압하는 것이 아니다. 발과 이어져 있는 전 몸의 기관들이 다 지압 되는 거다. 그만큼 맨발걷기는 지압 효과가 엄청나다. 단순한 지압만 가지고도 많은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맨발걷기는 단순히 신발을 벗고 땅을 맨발로 걷고 즐기고 놀기만 하면 질병이 치유되고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고 젊어지는 건강증진법이다.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맨발걷기를 시작한 초기에 발등이 붓거나 발에 쥐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주의할 점들을 지킨다면 더 건강한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 먼저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몸을 풀어준 뒤 맨발 산책에 나서면 더 좋다. 그리고 1m, 2m 앞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맨발걷기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옆길로 새면 가시 등 위험 물질을 받아 다칠 수 있다. 또한 맨발로 걸을 때는 가능하면 발을 질질 끌지 말고 또박또박 걸어야 한다. 위험물로부터 피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상풍 예방접종을 맞는 것을 추천한다. 혹여나 쇳조각을 밟을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해 두는 게 좋다.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많은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 맨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맨발 걷기 명소를 찾는다면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금대산을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금대산의 맨발 걷기 코스는 황톳길로 이루어진 편도 4km다. 새벽에 100여 명, 하루 전체로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서울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길은 황톳길로 유명하다. 나무숲 사이를 걸으며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인 세족장이 잘 마련 돼 있다.

서울 여의도 공원 건강 지압 보도는 서울지역 맨발 공원의 원조다. 2군대에 건강 지압 보드가 깔려있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많이 찾고 있다. 여의도 맨발 공원에는 화단을 따라 쭉 걸어가는 맨발 산책로가 존재한다. 인근 주민들에게 큰 인기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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