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 강남구 위치한 대모산, '어싱 성지'로 화재
육산인 대모산, 포근함 느낄 수 있는 게 특징
전국 곳곳 맨발걷기 명소 즐비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걷기 명소를 둘러보면 삼삼오오 맨발로 걸어 다니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질퍽거리는 흙길과 자갈밭으로 된 산책로를 거리낌 없이 걸어 다닌다. 떠올려 보니 인간은 태초에 맨발로 걸어 다니며 발로 자연을 느꼈다. 어싱(earthing)족(族)이라는 신조어는 맨발걷기 열풍을 대변한다. 사람들이 왜 맨발걷기를 즐기고, 또 맨발걷기 열풍은 왜 생겼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전국에 ‘맨발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모산은 맨발의 성지로 불린다. 대모산에서 만난 어싱족(earthing族)의 얼굴에는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은 편안함이 번져있었다.

◆맨발걷기, 실제 느껴보니

맨발걷기를 국내에 확신시킨 박동창(71)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2016년부터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열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어싱(접지)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스트레칭을 하고 본격적으로 맨발 등산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처음 이 캠프는 7명 정도가 참여하는 소소한 행사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선착순 500명까지만 참가 신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늘었다. 대모산이 ‘어싱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대모산은 접근성이 좋다.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대모산 초입이 보인다. 신발을 언제 벗어야 하나 망설여진다면 바로 이때부터다. 나무로 된 계단을 맨발로 올라가면 촉촉한 진흙과 마사토 등이 잘 어우러져 있는 자연 그대로 흙길이 반긴다. 대모산은 육산(肉山·바위가 아니라 흙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맨발로 산을 조심스럽게 지르밟는 순간 포근함과 안온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모산에 왔다면 촉촉함을 가득 머금은 황톳길을 거닐어봐야 한다. 대모산에는 숲길 중간중간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 있는 황톳길들을 만날 수 있다. 연못 형태로 황토가 모여 있는 곳도 있다. 이곳에 발을 넣어 조심스럽게 앞뒤로 움직여 보면 부드러운 황토의 질감이 발을 감싸는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산을 올랐다면 이 촉감은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한 시민의 발.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한 시민의 발.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대모산에서 만난 어싱족

대모산은 맨발의 성지라고 불리는 만큼 맨발 산행을 하는 어싱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본지가 대모산을 찾았을 때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년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락예(68) 씨는 “맨발걷기로 산에 오른 지는 4개월 정도 됐다. 원래 대모산에 많이 오르곤 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대모산에 오르는 사람 중 80%가 맨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번 해보니 너무 좋았다. 발이 시원해지고 촉감이 좋았다. 한 다음에는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남편 이문영(74) 씨는 아내를 따라 어싱족이 됐다. 그는 “저는 3개월 됐다. 맨발로 대모산에 오르기 전에는 아내가 저보다 혈압이 높았다. 그런데 아내가 맨발걷기를 한 뒤로 혈압이 저보다 낮아졌다. 그래서 맨발걷기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도 동참하게 됐다”며 “저는 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혈압을 체크한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시작한 뒤 2주가 딱 되니까 제 혈압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본지 강상헌 기자(왼쪽)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본지 강상헌 기자(왼쪽)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옆에서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아내 최락예 씨는 “남편이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대모산에 와서도 신발을 안 벗었다. 그래서 저는 남편이 신발을 절대 안 벗을 줄 알았다”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도 한번 벗어볼까’라면서 신발을 벗었다. 이후에 맨발걷기를 하면서 효과를 느꼈고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고 웃었다.

황톳길 근처에서는 맨발걷기에 익숙한 어싱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백형(64) 씨는 지난 2019년부터 맨발로 산을 타 왔다. 그는 “주말이면 산을 탔다. 건강관리를 위해 맨발로 산을 올라가 보자고 생각했다. 맨발걷기를 해보니 발끝에서부터 혈액순환이 되는 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맨발로 대모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전국 곳곳 명소 즐비… ‘맨발걷기, 여긴 어때?’

맨발걷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다. 대모산과 함께 맨발걷기 명소로 첫손에 꼽히는 장소는 대전 계족산이다. 14.5km짜리 황톳길과 세족장이 있다. 전체 구간이 완만한 숲길로 이어져 걷기에 좋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대산을 찾아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금대산의 맨발 걷기 코스는 황톳길로 이루어진 편도 4km다. 새벽에 100여 명, 하루 전체로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대산을 맨발로 걷고 있다.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본지 강상헌 기자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3.09.14.

서울에도 맨발걷기 핫플레이스가 많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숲은 도심 속 어싱인들에게 인기다. 주말 오전 서울숲을 찾으면 메타세쿼이아길, 은행나무숲 등 곳곳에서 맨발걷기를 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양재천로 메타세쿼이아길은 황톳길로 유명하다. 고운 입자로 선별한 황토를 밟으며 나무숲 사이를 걷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인 세족장이 잘 마련돼 있다. 벤치 등의 휴식시설도 갖춰져 있다.

서울 여의도 공원 건강 지압 보도는 서울지역 맨발 공원의 원조다. 두 군데에 건강 지압 보드가 깔려있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많이 찾고 있다. 여의도 맨발 공원에는 화단을 따라 쭉 걸어가는 맨발 산책로가 존재한다. 인근 주민들에게 큰 인기다.


더 건강한 맨발걷기 하는 법

준비운동은 필수

항상 1m, 2m 앞 주시하기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주로 맨발로 걷기

발을 질질 끌지 말고 또박또박 걷기

쇳조각 등을 밟는 것을 미리 대비해 파상풍 예방접종 하기

강상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