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철학과 사상은 25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도 자본주의의 핵심적 개념과 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왜 그에게 ‘경제학의 창시자’이자 ‘자본주의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는지를 새삼 깨닫게끔 한다. 

그는 물리학의 뉴턴, 생물학의 다윈처럼 경제학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오늘날의 경제학 탄생과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그가 발휘한 지성의 힘이 인류에게 위대한 개념과 이론을 창조해 냈다.

하지만 그는 명성만큼 그리 많은 저서를 남기지는 못했다. 예순일곱 해 생애 동안 단 두 권의 책만을 썼다.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국부론(1776년)’과 이 책의 저술에 바탕이 됐던 ‘도덕 감정론(1759년)’이다. 

그는 인간의 더 좋은 삶과 더 많은 행복을 고민하며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리는 사회공동체와 경제가 조화롭게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오늘날 ‘ESG 경영’이 지향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념(Leave no one behind)’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대명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은유적 비유로 널리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두 책에서는 단지 한 번씩만 등장한다. 하지만 그 함의는 강렬하다. 자유시장의 경제체제에선 개인이 이기심에 기반해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시장의 가격조정 메커니즘이 작용해 사회전체의 공적이익을 증진하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의 거대한 중상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가히 혁명적 개념의 발견이었다.  

그런데 두 책에서는 인간사회를 추동하는 사상적 핵심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윤리이론의 ‘도덕 감정론’은 이타심을, 경제이론의 ‘국부론’에서는 이기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규정한다. 이런 이타심과 이기심의 부조화로 인한 사상적 충돌의 대립구조를 ‘애덤 스미스 문제’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정작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성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도덕적 감정이 인간 본성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사익 추구가 경제체계를 움직이는 동인이라면, 도덕적 감정은 도덕 체계를 이끄는 동인이 된다고 주창했다. 결과적으로 ‘국부론’과 ‘도덕 감정론’에 담긴 핵심 사상이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인간 본성의 다층적 측면을 각기 강조한 것뿐이었다. 도덕철학이 국부론의 하부구조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는 ‘도덕 감정론’을 통해서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그 내면에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가 존재해, 보편적인 원칙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때 이기심을 스스로 규율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개인의 이기심을 사회의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하는 ‘공정한 관찰자’가 인간의 내면에서 작동한다는 통찰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국부론’의 이기심과 ‘도덕 감정론’의 이타심에 연결된 유기적 관련성을 유추해 밝히고 있다. 이기적 동기가 이타적 결과에 흡수되어, 이기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이 잘 조화를 이룸으로써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이타적인 선택으로 발현된다는 심리적 기제를 분석해 낸 것이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적 공익 증대와도 일치한다는 게 그의 핵심 사상이다. 이를 오늘날의 기업으로 대체해 현재화하면 ‘ESG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경제학이론 틀 내에서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성립된다. 18세기 경제, 철학적으로 논의된 사회적 가치를 오늘날 기업이 시장에서 이행해보겠다는 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위해 이타적 행위의 동인인 ‘공감(Sympathy)’을 작동시키는 ‘공정한 관찰자’가 통시적으로 ‘ESG 경영’과 같은 맥락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더라도 우연이 아니다.

경영의 자유가 있더라도 이해관계자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안 되고, 비용 효율을 우선하더라도 직원의 기본적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돈을 벌더라도 과다한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를 병들게 해서도 안 된다. 기업 차원에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소비자, 노동자, 지역사회, 납품기업 등 사회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이 'ESG경영‘의 가치체계다. 

‘ESG 경영’의 목적은 시장경제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데 있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폐해인 환경파괴, 불공정거래, 사회 양극화 등 ESG 이슈에 대해 ‘공정한 관찰자’ 입장의 자기규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정한 관찰자’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잘 작동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한 관찰자’가 기업의 보편적 속성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경영에 ‘공정한 관찰자’가 최대한 참여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경영도 달성될 수 있다. ‘공정한 관찰자’로서 ‘ESG 경영’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이미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철학에도 ESG 가치의 원형이 담겨 있었다. 

 

이치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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