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Toynbee)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면서 이어왔다고 강조한다. 인류는 숱한 위기 속에서 수없이 많은 도전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인류는 지혜를 발휘하고 응집력을 형성하여 응전해 왔다. 응전에 성공한 집단과 문명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우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문화와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미래 생존을 위협받는 새로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느 특정 집단, 국가, 문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인류 공통의 위험인 ‘기후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기후위기는 급속도로 가속화되어 지구온난화, 극한 기상현상, 생태계 파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인류가 실존적 위협에 노출되는 절박한 시점에 와있다. 

지난 3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이내에 지구는 온난화 임계점 1.5°C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10년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즉각적인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여기서 1.5°C는 인류가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당시보다 1.5°C 높아지면 지금보다 폭염이 8.6배, 가뭄이 2.4배, 강수량이 1.5배 늘고 태풍의 강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2°C가 오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와 인접한 도시들이 침수되고, 4°C는 남극의 빙하가 붕괴되며, 6°C는 생물체의 멸종이 예상된다고 분석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시계’라는 불편한 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의 원인은 인간 활동에서 비롯됐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전체 대기성분이 크게 바뀌는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지적하며, 인류가 사는 지금의 지질시대를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Anthropocene)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세란 '인간이 지구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뜻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이렇듯 인류는 기후위기 시대의 도래로 그에 대한 응전을 요구받고 있다. 일찍이 토인비는 “새로운 변화 시대에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사회는 몰락했다”고 말했다. 지금 인류는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당면한 기후위험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와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는 개인, 집단,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명적 과제다. 전 지구인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모든 인류가 지구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공동의 목표가 바로 ‘2050 탄소중립’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크고 시급한 이슈는 결국 탄소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문제다. 

이미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2℃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심각성을 경고한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특별보고서 발표 이후 1.5℃가 글로벌 기후 목표가 됐다.

전 세계는 지구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국가가 실천 목표를 설정하고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를 형성시키면서, 동시에 기후기술과 기후금융, 기후플랫폼의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세계 공인 기후대응 후진국이다. 탄소배출량은 세계 10위인데, 대응은 세계 최하위 국가로 분류된다. Global 300개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10대 대기업의 ‘Net Zero Time Schedule’은 20년이나 뒤처져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는 지금의 상황에선 무리한 수치다. 이제 기후시간으로 볼 때 2030년이 거의 목전에 다가온 만큼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다급한 형국이 됐다.  

이미 세계는 탄소배출 감축이 'Why'에서 'How'의 단계로 접어들어 글로벌 시장의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실체화되는 국면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에너지 공급, 소비, 시장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전방위적인 에너지정책 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4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정부, 기업, 개인 등의 모든 경제주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부여된 각자의 역할 수행이 중요해졌다.  

기후위기는 자연의 섭리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이 불러온 위기 현상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기후시계를 고려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왜(Why)가 아니라 어떻게(1.5°C How) 하느냐“는 실천이 중요하다. 

 

이치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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